꺾이지 않는 새싹 배현웅, 포르투갈무대 진출…“언젠가 대표팀으로 뛰고파”

입력 2023-11-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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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웅

한국축구 유망주들의 무대는 더 이상 국내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어린 시절 유럽으로 건너가 일찌감치 선진축구를 익힌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은 이미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기량을 꽃피우고 있다. 유럽 지도자들도 한국 선수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영건들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지고 있다.

어느 때보다 유망주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한 지금,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1부) 이스트렐라 아마도라에 입단한 배현웅(19)도 눈길을 끈다. 2016년부터 대한축구협회의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인 ‘골든에이지’를 통해 기본기를 탄탄하게 갖췄고, 타고난 속도와 공격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윙어로 두각을 나타냈다.

배현웅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중학교 시절 손흥민과 이재성 등이 거쳐 간 중등연맹대표로 3년간 활약했다. 중3 때인 2019년에는 중등축구연맹 국제대회 결승전에서 포르투갈 명문 스포르팅 리스본을 상대로 선제골을 뽑아내며 5-2 승리를 이끌었다. 이 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그 해 중등축구연맹 최우수선수상을 받았고, 정상빈(미네소타 유나이티드)~양현준(셀틱)에 이어 ‘포니정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꿈’은 계속 자라났다. 2020년 유럽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배현웅은 “어릴 적부터 유럽무대에서 뛰는 꿈을 꿨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러나 당차게 도전한 타지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첫 클럽이었던 포르투갈 2부리그 나시오날에서 연령 제한으로 인해 정식 선수가 아닌 훈련생 신분으로 생활해야 했고, 낯선 언어와 음식에도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또 강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유럽 선수들의 스타일을 직접 부딪치며 익혀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덮쳤다. 한창 팀에 녹아들어야 할 시기에 동료들과 소통은 물론 훈련과 경기마저 제한됐다. 배현웅은 “나시오날에서 첫 시즌은 솔직히 힘들었다. 무엇보다 경기를 뛰지 못해 조급한 마음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배현웅은 꺾이지 않았다. 그는 “코로나19 때 부모님께 국내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 나시오날은 섬이라 이동이 제한됐기 때문에 수도인 리스본의 작은 클럽에서 훈련하며 보냈다”고 밝혔다. 어린 나이에도 꿋꿋했던 그는 결국 18세가 된 2022년 선수등록이 가능해지면서 나시오날로 돌아가 도전을 이어갔다.

배현웅


나시오날 19세 이하(U-19) 주니어팀에 입단한 배현웅은 프로는 아니지만 정식선수로 유럽무대를 누빌 수 있게 됐다. 포르투갈의 축구 영웅이자 세계적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가 유소년 시절을 보낸 나시오날에서 꾸준히 성장한 그는 “스피드는 자신 있었지만, 몸싸움과 체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 시기를 단점 보완의 시간으로 삼았다.



꺾이지 않는 마음, 포기하지 않는 정신은 올해 10월 결실로 이어졌다. 포르투갈 1부 이스트렐라 아마도라 U-23팀과 생애 첫 프로 계약을 맺었다. 리스본을 연고로 하는 이스트렐라 아마도라는 2022~2023시즌 2부에서 승격해 올 시즌 1부 9위를 달리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활약한 수비수 파트리스 에브라(프랑스)가 투자하고 있는 팀으로도 유명하다. 첫 프로 계약에 성공한 배현웅은 “프리메이라리가 최고 팀 중 하나인 이스트렐라 아마도라에 입단하게 돼 매우 기쁘다. 또 선수로서 성인무대를 밟을 수 있도록 도와준 구단에 감사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에게 프로 계약은 시작일 뿐이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착실히 보완하고, 내 장점을 더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겠다. 더 성장해 팀의 1군에 정식으로 데뷔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소년기에 낯선 유럽생활도, 막막했던 코로나19 시기도 견뎌낸 배현웅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그는 본인처럼 10대부터 유럽생활을 시작한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을 보며 꿈을 키우고 있다. 배현웅은 “독일 분데스리가를 자주 보는데, 정우영 선수는 스피드뿐 아니라 배울 게 너무 많은 선수”라며 “지금보다 더 많이 성장해, 나아가 나라를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한국축구의 새싹 배현웅의 힘찬 도전과 본격 도약은 이제부터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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