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명근. 스포츠동아DB
LG 트윈스 신인 박명근(19)은 염경엽 감독이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엔트리를 짤 때 마지막까지 고민한 선수다. 날쌘 투구동작과 움직임이 큰 특유의 구질로 데뷔 첫해 57경기에서 4승3패5세이브9홀드, 평균자책점(ERA) 5.08로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다만 LG 불펜의 선수층이 워낙 두꺼웠고, 염 감독으로선 KS에서 맞붙은 KT 위즈에 좀더 강한 상대성을 지녔거나 정규시즌 도중 부하가 덜 쏠린 투수를 찾느라 박명근을 엔트리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염 감독은 “(박)명근이는 KS로 오는 데 큰 역할을 한 선수다. 정규시즌 때도 내가 많이 기용하지 않았느냐”라며 “(KS에서) 1이닝이라도 경험하게 하고 싶었지만, 엔트리에서 제외하게 돼 마음이 쓰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염 감독은 박명근을 배려했다. KS 엔트리에는 30명의 선수가 들어가는데, LG는 박명근을 31번째 선수로 선수단과 동행하게 했다. KS 동안 잠실구장으로 출근해 경기 전 아이스박스를 나르는 막내 역할도 그대로다. 그 덕분에 선배들도 미안함 대신 고마움을 품을 수 있었다.
구단도 엔트리에서 제외된 선수들 중 유일하게 선수단과 동행하며 힘을 보탠 박명근을 배려할 계획이다. 염 감독은 “비록 엔트리에선 빠졌어도 구단에서 배려해줘 우승하게 된다면 우승 반지와 배당금도 모두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명근에게도 올해 KS는 잊지 못할 경험이다. 그는 13일 잠실구장에서 KS 5차전을 앞두고 “엔트리에 들지 못해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우리는 내년에도 또 (우승에) 도전할 전력이 되는 팀이니 내년에는 주축선수로 저 자리에 설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선배들을 보면서 내가 마운드에 오르는 상상도 해보곤 한다. 노란 응원도구를 든 우리 팬들로 가득 찬 구장은 내게 참 신기한 경험이다. 동행하게 해주신 것만으로 참 감사한 일인데, 선배들이 벅찬 감동을 안겨주시니 내게도 더 크게 응원할 동기부여가 된다. 선배들이 지나가는 말이라도 ‘이제 다음부터는 명근이 네가 (LG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해주시는 게 내겐 무척 긍정적이다”며 웃었다.
잠실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