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 떠났던 평창올림픽 대표팀 마스코트의 재기…또 하나의 감동 안긴 서이라

17일 서울 목동종합운동장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3-2024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에서 남자 500m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서이라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목동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서이라(31·화성시청)는 대한민국쇼트트랙의 숨은 보석이었다. 2014~2015, 2015~2016, 2016~2017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을 모두 1위로 통과했고, 2017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종합우승(랭킹 포인트 81점)까지 차지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국가대표팀에도 가장 먼저 합류하며 전성기를 열었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서이라는 대표팀의 마스코트나 다름없었다.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는 만큼 부담을 느낄 법한데도 특유의 긍정 에너지로 대표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고, 남자 10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당시 대표팀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던 까닭에(금3·은1·동2) 다소 가라앉을 뻔했던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서이라의 몫이 작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 다시 태극마크를 달기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 2018~2019시즌 대표 선발전에 불참했고, 2019~2020시즌에는 1차 선발전을 통과했지만 2차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후 미련 없이 은퇴를 택한 그는 지도자로 변신했다.

그랬던 서이라의 열정을 깨운 계기는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이었다. 함께했던 동료들이 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시 빙판을 가르고 싶다는 열정과 자신감이 커졌다. 평생을 바쳤던 그 곳으로 돌아가겠노라 결심했고, 2023~2024시즌 대표 선발전에서 총점 60점으로 종합 3위를 차지하며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길었던 공백에도 불구하고 강점인 스타트와 인코스 주행능력은 여전했다.

17일 서울 목동종합운동장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3-2024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에서 남자 500m 결승전에 출전한 한국 서이라가 피니쉬 라인에서 발을 뻗고 있다. 목동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17일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막을 내린 ‘KB금융CUP-ISU 쇼트트랙 월드컵 2023~2024’에서 그는 다시 한번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남자 500m 결선에서 41초205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첫 국제대회 메달이었다. 리우샤오앙(중국)에게 막판 추월을 허용한 게 아쉬웠지만, 링크를 가득 메운 홈팬들은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간의 노력을 증명한 질주였다. 서이라는 “처음 복귀했을 때는 후회도 했지만, 복귀 후 첫 국제대회 메달을 한국에서 따게 돼 더 기쁘다”고 밝혔다.

500m는 스타트, 스피드, 주행능력, 체력이 모두 뒷받침돼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종목인데, 이날 서이라에게선 그간의 공백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단거리에 약점이 있는 대표팀으로선 서이라의 복귀가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는 “작은 체격(168㎝·63㎏)에 비해 힘이 좋아서 단거리에 강점을 보이는 것 같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강산 스포츠동아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