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가 마성의 지휘로 시선을 끈다.
tvN 토일드라마 ‘마에스트라’(극본 최이윤 홍정희 연출 김정권)에서 전 세계 단 5%인 여성 지휘자 차세음 역으로 돌아온 이영애 변신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와 반응이다. 스타성까지 겸비한 천재 음악가와 피할 수 없는 고뇌들로 괴로워하는 인간 차세음 사이에 선 이영애 열연이 작품 완성도를 높였다고.
제작진에 따르면 극 중 차세음은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연주가 불가해 보이는 술에 찌든 악장을 총으로 협박해 데려올 정도로 완벽한 무대를 향한 차세음의 강한 애착과 의지는 강렬함을 선사했다.
더 한강필과의 첫 만남에서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 곡으로 기싸움을 건 단원들 연주에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문제점과 개선점을 짚어내며 지휘로 맞받아치기도 했다. 여성 음악가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차세음의 공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제대로 실감시킨 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를 위해 해묵은 관습 대신 오로지 실력만을 우선순위로 두고 가장 나이가 어린 단원 이루나(황보름별 분)를 악장으로 앉히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여기에 공연을 취소시킨 이사장 유정재(이무생 분)에 맞서 야외로 무대를 옮기는 등 오로지 더 한강필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에만 무섭도록 집중하는 차세음의 성격은 그야말로 ‘마에스트라’ 그 자체였다.
이영애는 포디움에 올라선 지휘자 손짓 하나하나는 물론 단호하고 이성적인 차세음 성격을 눈빛, 자세, 말투까지 절제있게 담아냈다는 평가다.
이영애는 무대를 휘어잡는 단호한 지휘자에서 무대 위 조명이 꺼진 후 인간 차세음의 복잡한 내면 갈등과 정서 역시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유년 시절 연인이었던 유정재가 더 한강필의 이사장으로 부임하면서 끝없이 자신을 흔들지만 쉽게 순응하지 않으며 지휘자로서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특히 착하고 다정했던 남편 김필(김영재 분)과 오케스트라 단원 이아진(이시원 분)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도 끔찍한 절망을 느꼈을지언정 무대에까지 감정을 끌고 오지 않았다. 김필과 이아진의 불륜설이 오케스트라를 위협할 지경이 되자 외려 뉴스에 출연해 루머일 뿐이라고 일축했으며 김필이 새로운 곡을 쓸 수 있게 ‘음악적 파트너’로 온 힘을 쏟아냈다. 무대만을 바라보며 끝없이 혹독하게 감정을 억제하면서도 때때로 비치는 연약한 얼굴로 캐릭터의 다층적인 면모를 진정성있게 전달했다.
이렇게 입체적인 이영애 연기는 이야기에 더욱 탄탄하게 힘을 실어 작품의 깊이와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극 중 어머니가 앓고 있는 래밍턴 유전병 굴레에 갇힌 차세음이 이 위기를 어떻게 타파해 나갈지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욱 기다려진다.
홍세영 동아닷컴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