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는 못 따라가더라도”…대구 최원권 감독이 예고하는 ‘진화형 딸깍 축구’ [사커피플]

입력 2024-0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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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FC 최원권 감독. 사진제공 | 프로축구연맹

K리그1 대구FC는 시민구단의 경쟁력을 증명했다. 대구시의 전폭적 지원과 팬 친화적 마케팅으로 꾸준히 성장했고, 2023시즌에는 상대적으로 얇은 스쿼드에도 6위로 파이널라운드 그룹A(1~6위)에 안착했다.

최근 몇 년간 대구의 팀 색깔은 ‘딸깍 축구’라고 불렸다. 상대가 파상공세를 퍼부어도 탄탄한 수비 조직력으로 실점을 막아낸 뒤 드문 기회를 살려 승리하는 전술이다. 마치 스위치를 ‘딸깍’ 눌러 불을 켜듯 실리적으로 결과를 가져온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딸깍 축구’는 대구 최원권 감독(43) 감독이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전략이었다. 2022년 알렉산드레 가마 감독(브라질)이 대구에서 패스 위주의 축구를 구사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당시 수석코치였던 최 감독이 대행으로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최 감독은 당장의 성적을 위해 스쿼드에 최적화된 실리축구를 선택했고, 지난해까지 기조를 유지했다.

최 감독은 끝없이 배움을 갈망하는 ‘공부하는 지도자’로 유명하다. 지난해 9월 P급 지도자 강습의 일환으로 스페인에 2주간 머무른 최 감독은 FC바르셀로나 유소년 팀과 에스파뇰, 지로나의 훈련 현장을 방문해 대구에 적용할 수 있는 선진축구의 전술을 모색했다.

선진축구를 경험했지만 최 감독은 서두르지 않는다. “우리는 당장 바르셀로나를 따라갈 수 없다. 팀 상황에 맞는 축구를 해야 한다”라고 밝힌 그는 “지금 선수단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성적을 내야만 하고 싶은 축구를 구사할 수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 시즌 최 감독은 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자 한다. “2022년 부임 당시 당면 목표는 생존이었고, 이를 위해 실리 축구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라고 말한 그는 “‘딸깍 축구’를 좋아하진 않는다. 조금씩이나마 새로운 전술을 가미하고 싶다. 궁극적으로 빌드업으로 세련된 축구를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실제로 대구는 지난 시즌 후반기로 갈수록 더 활발한 전방압박과 빌드업을 시도하며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좋은 축구를 향한 최 감독의 끝없는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궁금하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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