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세대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인 김다미. 한때 세계대회를 석권하며 ‘콩쿠르 헌터’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현재 연주자와 교육자의 길을 걸으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작은 사진은 운동 중 셀카를 찍고 있는 김다미. 사진제공|하지영(Jiyoung Ha)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악기연주때 체력관리는 1순위
시간 장소 구애없이 걷고 뛰기
집에선 위킹패드, 실내 사이클
몸도 좋아지고 정신건강도 업
1980년대는 한국 바이올린계가 큰 홍복을 누린 시기라 할 만하다. 오늘날 세계를 집 앞 호수공원마냥 누비며 ‘K-클래식’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걸출한 여성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이 시기에 대거 태어났다. 클라라주미강, 김봄소리, 한수진, 신지아 등과 함께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 김다미가 있다.악기연주때 체력관리는 1순위
시간 장소 구애없이 걷고 뛰기
집에선 위킹패드, 실내 사이클
몸도 좋아지고 정신건강도 업
예원학교 재학 중 일찌감치 미국으로 날아가 명문 커티스 음악원에서 아론 로잔드,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미리암 프리드를 사사한 김다미(서울대 음대 교수)는 독일 하노버 요하임국제바이올린콩쿠르·일본 나고야 무네츠구국제콩쿠르·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콩쿠르 우승, 퀸엘리자베스콩쿠르·인디애나폴리스콩쿠르·센다이국제콩쿠르 입상 등 ‘콩쿠르 헌터’로 이름을 날렸다.
2010년 이탈리아의 프레미오 파가니니 콩쿠르에서는 1위없는 2위를 수상했는데, 당시 경영난을 겪고 있던 주최 측이 1위 상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바람에 ‘1위없는 2위’를 김다미에게 주었다는 후문이 있었다.
우승자에게 수십 억 원에 달하는 바이올린을 일정 기간 대여해주는 대회에서 잇달아 우승하는 바람에 최근에야 비로소 자신의 악기를 소유하게 되었다는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어쨌든 그는 현재 국내 클래식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이다.
김다미가 좋아하는 운동은 많은 사람들이 ‘힘들다’, ‘지루하다’며 외면하는 유산소 운동이다. 미국 유학생활 때부터 꾸준히 헬스장을 출입했지만 웨이트 기구보다는 러닝머신, 실내 사이클에서 보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해외의 어느 유명 연주자는 “악기를 연주한다는 것은 일종의 스포츠이자 운동”이란 말을 남겼다. 무대 위 프로들의 연주모습은 우아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악기연주는 사실 가혹할 정도로 엄청난 체력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저는 연주 시간 10분만 지나도 드레스가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려요. 2시간 가까운 독주회를 마치고 나면 바로 누워서 충전을 해야 할 만큼 체력이 떨어집니다”.
바이올린은 손과 팔의 근육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팔에 살이 잔뜩 붙은 바이올리니스트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김다미는 “팔에 근육이 많이 붙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웃음), 팔 근육이 너무 많이 생기면 섬세한 소리를 표현하는 데 있어 방해가 된다는 주장도 있어요. 대학생 때까지는 웨이트를 병행하곤 했는데, 그때도 팔 운동은 자제했던 것 같습니다”고 했다.
장시간 걷거나 뛰는 유산소 운동은 지루함을 견디는 인내력이 필요한 운동이다. “혹시 이런 인내가 연주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김다미는 웃으며 손을 저었다.
“유산소 운동을 선호한다고 하니까 제가 인내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제게 유산소 운동을 하는 시간은 복잡한 생각없이 그냥 걸으면서 듣고 싶었던 음악, 보고 싶었던 연주와 함께 재미있는 영상 콘텐츠까지 한꺼번에 몰아서 볼 수 있는 시간이거든요. 전혀 지루하지 않고, 인내심이 필요하지 않아요. 사실 제게 인내심을 요구하는 운동은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요가 같은 운동”이라고 했다.
“헬스장 갈 여유가 안 되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저도 헬스장이나 산책을 나가기 어려울 때는 집에서 워킹패드, 실내용 사이클로 운동해요. 가끔은 유튜브에서 빅씨스나 땅끄부부 같은 유튜브 채널을 보면서 유산소 홈트레이닝을 하기도 합니다”.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실내악 연주에 학교 수업강의, 박사학위 졸업연주와 시험까지 병행하며 올 상반기를 정신없이 보냈다는 김다미는 “요즘 체력적으로 많이 약해졌다고 느낀다”며 “몸과 마음의 건강과 평안을 위해 여름부터는 좀 더 여유를 갖고 휴식과 함께 운동도 열심히 해 볼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번 여름에는 여러 음악 페스티벌 참여를 위해 프랑스로 날아갈 예정.
김다미가 낸 두 번째 앨범 ‘타임패스(TIME PASS)’를 오랜만에 들었다. 묵직한 직구, 날카롭게 휘어들어가는 커터, 타자 눈앞에서 사라지는 듯 떨어지는 체인지업. 젊고 싱싱한 어깨를 가진 투수의 피칭 같은 연주다. 많은 클래식 마니아들이 품어 온 이 건강한 ‘김다미 사운드’의 비밀이 드디어 풀린 느낌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