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가 어때서?”…‘어른이’ 노린 ‘MZ드라마’들의 계급타파

입력 2024-06-16 15: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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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의 한 장면. 사진제공|티빙

“우리 같은 애들은 스스로, 독하게 찾아먹어야 돼.”
최근 공개된 티빙 드라마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의 주인공 표예진이 이른바 ‘흙수저’인 자신의 처지를 자조하며 하는 대사다. 그런 표예진에게 갑자기 사망한 아버지는 “부자 남편 만나 팔자 펴라. 어차피 네 혼자 힘으론 안 돼”라며 속물 같은 유언을 남긴다.

이 유언을 따라 대놓고 ‘신데렐라’가 되려는 표예진과 재벌 8세 이준영의 색다른 러브스토리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극중 가난 앞에서도 결코 주눅 들지 않고 진취적으로 위기를 타파해가는 표예진은 안하무인의 사교클럽 대표 이준영과 티격태격하는 로맨스를 그린다.

특히 표예진은 ‘흙수저’ 상황을 통해 부모의 도움 없이는 자수성가하기 힘든 사회적 구조, 젊은 세대 간에 만연해진 물질만능주의 등을 적나라하게 풍자해 ‘MZ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표예진의 친구가 “인생의 1라운드 ‘랜덤게임’은 부모 잘 만났느냐, 2라운드 ‘선택게임’은 결혼 상대를 잘 골랐느냐이다”라고 말하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드라마 ‘하이라키’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권 TV쇼 2위를 지키고 있는 드라마 ‘하이라키’(Hierarchy)도 비슷하다. 제목 자체가 계급, 지배층을 뜻하는 영단어다. 상위 0.01%의 소수가 질서로 군림하는 주신고등학교에 전학 온 장학생 역 이채민이 학생간의 견고한 계급을 뒤흔드는 내용이다.

극중 부모의 재력이 곧 학생들의 계급이 된다는 설정이 일찌감치 시청자 사이에서 “요즘 학교 현실과 맞닿아있다”는 반응을 끌어냈다.

보이지 않는 ‘계급의 벽’을 깨는 이야기가 MZ 시청자의 새 트렌드로 올라선 셈이다.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를 기획한 백미경 크리에이터는 “기회가 없는 MZ세대는 삶의 차선을 변경하는 이야기에 관심이 크다”면서 “감정과 욕구를 ‘대놓고’ 표현하는 데에도 익숙하다”고 설명했다. ‘하이라키’의 연출자 배현진 PD도 “계급 간의 갈등을 통해 성장의 포인트를 잘 드러낼 수 있었다”고 자신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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