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철부터 켈리까지’ 하늘이 허락해야 가능한 기록, 퍼펙트게임 닿지 못한 KBO리그

입력 2024-06-26 14: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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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케이시 켈리(오른쪽)가 25일 잠실 삼성전에서 1안타 무4사구 완봉승을 거둔 직후 포수 박동원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LG 케이시 켈리(오른쪽)가 25일 잠실 삼성전에서 1안타 무4사구 완봉승을 거둔 직후 포수 박동원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150년 메이저리그(MLB) 역사에서 24회, 70년 넘는 일본프로야구(NPB) 역사에서 16회 나왔지만, KBO리그에선 40년 넘게 허락되지 않은 기록이다. 퍼펙트게임이다. 선발투수가 9이닝 이상의 경기에서 안타, 볼넷, 야수 실책 등을 포함해 단 1명의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고 승리해야만 이룰 수 있는 기록이다. 이렇듯 여러 조건이 모두 맞아떨어져야만 해 ‘하늘이 허락해야 가능한 기록’으로도 불린다.

올 시즌에는 LG 트윈스 외국인투수 케이시 켈리가 이 경지에 도전했다. 25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등판한 그는 4점을 등에 업은 채 8회까지 완벽투를 펼쳤지만, 9회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내주며 아쉬움을 삼켰다. 배터리를 이룬 박동원도 그 순간 포수 마스크를 감싸쥐며 크게 아쉬워했다. 9이닝 1안타 무4사구 3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으로 경기를 마친 뒤 켈리는 “박동원이 내게 와 ‘우리가 퍼펙트게임에 가깝게 다가선 것만으로 얼마나 멋진 일이냐’고 다독여줬다”며 웃어넘겼다.

●무4사구 노히트노런

투수가 4사구와 안타를 허용하지 않았으나 야수 실책으로 퍼펙트게임을 놓친 뒤 노히트노런으로 장식한 경기가 있었다. KBO리그에서 공인 노히트노런은 총 14번 있었는데, 그 중 2번이 퍼펙트게임에 근접했다가 노히트노런으로 남았다. 2번 모두 한화에서 나왔다.

1988년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시절 이동석과 1997년 정민철이다. 역대 최초 무4사구 노히트노런 기록을 쓴 이동석은 1988년 4월 17일 해태 타이거즈(현 KIA)전 7, 8회 유격수, 1루수가 번갈아 송구, 포구 실책을 범해 아쉽게 퍼펙트게임을 놓쳤다.

정민철은 1997년 5월 23일 OB 베어스(현 두산)전 8회 1사 후 포수 포일이 나오면서 심정수에게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을 허용했다. 당시 포수는 NC 다이노스 강인권 감독이었다. 경기 직후 정민철은 인터뷰에서 “강인권 포수의 볼배합이 좋았기에 노히트노런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지만, 강 감독은 오랜 시간 미안해했다.

가장 퍼펙트게임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던 전 SSG 외국인투수 윌머 폰트. 스포츠동아DB

가장 퍼펙트게임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던 전 SSG 외국인투수 윌머 폰트. 스포츠동아DB


●9회 이후 무산



9회 이후 무산 사례 또한 손에 꼽는다. 켈리를 포함해 지금까지 총 4번뿐이다. 1982년 8월 15일 대구 삼미 슈퍼스타즈전에서 삼성 황규봉은 9회 1사 후 안타를 맞았고, 2007년 10월 3일 잠실 현대 유니콘스전에서 두산 다니엘 리오스도 9회 1사 후 안타를 허용해 퍼펙트게임에 닿지 못했다.

9회 이후 무산 사례 중 가장 아까운 것은 2022년 윌머 폰트(전 SSG 랜더스)다. 폰트는 정규시즌 개막일이었던 4월 2일 창원 NC전에서 실제 9이닝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하지만 타선이 그에게 단 1점도 지원해주지 못했다. 이에 연장 승부로 간 SSG가 9회까지 104구를 던진 폰트 대신 김택형을 마운드에 올리면서 퍼펙트게임은 좌절됐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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