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24 현장리포트] 중립구역 지운 경기장, 좌석 신청제가 만든 진풍경

입력 2024-06-27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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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2024에선 팬들은 물론 미디어도 좌석을 선택할 때 특정국가를 먼저 결정하도록 했다. 프랑크푸르트(독일)|남장현 기자

유로2024에선 팬들은 물론 미디어도 좌석을 선택할 때 특정국가를 먼저 결정하도록 했다. 프랑크푸르트(독일)|남장현 기자


유럽은 ‘하나됨(unity)’을 유난히 강조한다. 언어와 문화가 서로 다르고 분명 국경도 있는데,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영국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들이 똑같은 화폐(유로)를 사용하고 있고, 별도 입국심사 없이 자유롭게 왕래한다.

그런데 축구는 다르다. 내셔널리즘이 폭발한다. ‘영국(United Kingdom)’이라는 이름으로 올림픽은 함께 준비하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가 축구에선 나뉘어 치열하게 경쟁한다.

독일에서 한창 진행 중인 2024유럽축구선수권(유로2024)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각국 팬들은 킥오프를 앞두고 우렁차게 국가를 부르고 조국을 위해 피치를 누비는 선수들을 응원하며 경기 내내 상대에게 강한 적개심을 내뿜는다.

이곳에 중립구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기장 곳곳에 마련된 대회 오피셜 상품 판매부스에선 매 경기 서로 상대하는 협회 엠블럼이나 국기가 모두 그려진 유니온(Union) 머플러를 판매한다. 적잖은 비용에도 이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현장 분위기는 철저히 아군과 적으로 나뉜다.

대개 경기장 본부석과 맞은편 스탠드의 중간지점에서 팬들이 뒤섞이곤 하나 유로2024에선 철저히 존(Zone)이 구분된다. A팀이 아니라면 B팀을 선택해야 하는 구조다. 대회 개막에 앞서 온라인 입장권 판매에 나선 유럽축구연맹(UEFA)은 각자가 선호하는 좌석 구역부터 우선 결정하도록 했다.

유로2024에선 팬들은 물론 미디어도 매 경기 선호 좌석을 선택하도록 했다. 전통의 축구강국 벤치와 가까운 구역이 단연 인기다. 프랑크푸르트(독일) |남장현 기자

유로2024에선 팬들은 물론 미디어도 매 경기 선호 좌석을 선택하도록 했다. 전통의 축구강국 벤치와 가까운 구역이 단연 인기다. 프랑크푸르트(독일) |남장현 기자


재미있는 것은 대회 취재진에게도 특정국가 선택을 강요(?)한다는 사실이다. 유로2024는 주최 측에서 일괄적으로 자리를 배정한 월드컵, 기존 유로 대회와 달리 매 경기 이틀 전 온라인 채널을 통한 선착순 신청 시스템을 운영하고 양 팀 벤치를 기준으로 좌석을 구분한다. 해당국가 미디어들은 아무래도 자국대표팀에 가까운 곳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UEFA 등록 담당자들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지만, 참가국들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개최국 독일은 물론 잉글랜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전통의 축구강국들에 언론이 많이 몰렸다.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타 대륙 기자들도 예외 없이 위치를 결정해야 했고, 대개 선택은 비슷했다.



뒤셀도르프에서 25일(한국시간) 열린 스페인-알바니아의 대회 조별리그 B조 최종전(3차전)에는 동유럽의 작은 국가 알바니아 팬들의 좌석 점유율이 60%가 넘어 눈길을 끌었으나 미디어석은 스페인 쪽이 훨씬 인기였다. 26일 쾰른 아레나에서 끝난 C조 잉글랜드-슬로베니아전전 역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할 수 있는 잉글랜드가 훨씬 자리경쟁이 심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면 결국 축구를 잘해야 한다.




뒤셀도르프,쾰른(독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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