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호준, 박승욱, 한태양(왼쪽부터).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의 유격수 지형도가 달라질까.
올 시즌 롯데 주전 유격수는 박승욱(32)이었다. 박승욱은 13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2, 7홈런, 53타점으로 활약했다. 유격수 자리에서 팀 내 최다인 833이닝을 수비했다. 공·수에 걸쳐 그만큼 신뢰받은 유격수는 없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올 시즌 (박)승욱이에게는 ‘2군에 갔다 오라’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말소 이력이 없다.
박승욱은 롯데의 유격수 고민을 씻어줬다. 롯데는 외국인 유격수 딕슨 마차도가 2021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자, 지난해까지는 주전 유격수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이학주(방출)는 공격, 노진혁(FA)은 수비에서 고민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모두 크고 작은 부상과 부진이 잇따랐다. 반면 박승욱은 부상 관리는 물론 타구 처리와 병살 수비, 질 좋은 타구를 생산하는 능력 등에서 팀 내 유격수 중 가장 후한 평가를 받았다. 팀 내 유격수 수비이닝에서 마차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경쟁자가 등장할지 궁금하다. 올 시즌 롯데에서 유격수 출장 기록이 있는 선수는 박승욱을 포함해 총 8명이다. 그중 이학주, 오선진(키움 히어로즈)은 팀에 남지 못했다. 눈길을 끄는 선수는 이호준, 강성우 등 고졸 신인이다. 1군 경험이 많지 않지만, 모두 김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김 감독은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칭찬했다. 여기에 2022년 신인드래프트 당시 롯데가 차기 주전으로 점찍은 한태양과 김세민이 2025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한태양은 지난달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했고, 김세민은 1월 현역병 전역을 앞두고 있다.
동기부여 요소 또한 있다. 박승욱은 2025시즌을 마치며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FA로이드’를 기대할 수 있는 시즌이다. 2023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4년 계약을 한 노진혁 역시 더는 반등을 미룰 수 없다. 올 시즌 1루수(36이닝)와 3루수(97.2이닝)도 적잖게 맡았지만, 유격수(150.2이닝)로서 다시 한번 경쟁하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