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승엽 감독(왼쪽)이 12일 잠실 삼성전 8회말 비디오판독 후 주자 재배치 결과에 항의하고 있다. 잠실|뉴시스
논란이 계속된다면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심판 재량’ 판정에 따른 문제를 더 이상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될 듯하다.
‘비디오판독 후 주자 재배치’는 대표적인 심판 재량 판정이다. 야구규칙 8.02 ‘재정’의 (C)항에 따르면, ‘심판원이 앞선 재정을 변경하는 경우 그에 따른 결과를 되돌리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조치를 취할 권한을 갖는다’고 명시돼있다. 전적으로 심판의 권한이라는 뜻이다. 주자의 위치를 재배치할 권한을 가지며, 감독을 비롯해 코치와 선수는 심판원의 재량으로 변경되는 재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으며, 이의를 제기하면 퇴장을 당한다.
다만 확실한 기준이 없다면, 엄청난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맞대결하는 두 팀의 입장이 180도 다른 만큼 첨예한 대립을 낳는다. 12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두산 베어스전에서도 주자 재배치를 놓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고,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4-8로 뒤진 두산의 8회말 공격 때였다. 두산 양석환이 중견수 방면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최초 판정은 홈런이었다. 2루심이 홈런 사인을 냈고, 삼성 외야수들은 이를 보고 머뭇거렸다. 반면 양석환은 만약에 대비해 쉬지 않고 홈까지 내달렸다. 고토 고지 주루코치 역시 양석환에게 홈까지 달리라는 사인을 냈다.
그러나 삼성의 요청으로 비디오판독을 거친 결과 타구는 담장 상단의 노란색 바를 맞고 그라운드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심판진은 양석환을 3루에 배치했고, 이에 이승엽 두산 감독이 항의하다가 퇴장 당했다. 양석환 역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감독과 양석환이 불만을 표출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타구가 노란색 바를 맞고 그라운드에 떨어지면 홈런이 아닌 인플레이 상황이기 때문이다. 홈런 사인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양석환이 홈까지 질주한 이유다. 이 감독이 심판진에게 “끝까지 플레이를 했으니 홈런이 돼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항의할 명분은 충분했다.
5월 25일 인천 한화 이글스-SSG 랜더스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한화 채은성의 타구가 최초 아웃이었다가 비디오판독을 통해 안타로 번복된 뒤 주자 재배치와 관련해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이숭용 SSG 감독은 판독 결과에 항의하다가 퇴장 당했다. 그 후 SSG는 KBO에 설명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비단 주자 재배치만이 문제가 아니다. 3피트 라인 침범에 따른 수비방해 판정 역시 심판 재량으로 결정되는 영역이다 보니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KIA 타이거즈는 10일 광주 SSG전에서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3피트 라인 안쪽으로 뛰고도 세이프 판정을 받은 것을 두고 KBO에 공식 질의했다. 판정을 번복할 순 없었지만,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달라는 의미에서였다.
KBO로서도 ‘심판 재량’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반드시 손질이 필요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