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강민호(왼쪽)가 14일 잠실 두산전에서 6-2로 승리한 뒤 박진만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잠실|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39)는 프로 21년차의 베테랑이다.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고, 철저하게 몸을 관리한 덕분이다. 체력 부담이 큰 포수임에도 2320경기(15일 기준)에 나선 것은 그 자체로 분명 엄청난 ‘업적’이다.
한국 나이로 불혹이다. 전성기와 같은 수준의 운동능력을 보여주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주전 포수이자 중심타자로 뛰고 있다. 블로킹 능력은 여전히 리그 정상급이고, 투수 리드 능력도 일품이다. 타석에선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쳤다. 올 시즌에도 이전과 다름없는 활약으로 삼성의 상위권 경쟁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덕아웃 리더로서 가치 또한 상당하다.
나이가 들수록 경쟁은 더욱 힘겨워진다. 젊은 선수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데다, 한창때와 비교하면 체력 관리도 어렵다. 불혹을 넘겨서도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가 찬사를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강민호 역시 실력으로는 밀리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버티고 있다. 그는 “막연하게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가 아니다”며 “나는 생존해야 하는 위치다. 기량이 떨어지면 옷을 벗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항상 하는 말이지만 어린 나이부터 오래 선수생활을 하다 보니 역대 10위권의 누적 기록이 많은 느낌”이라며 “그래도 건강하게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팀의 주축으로 활약 중인 베테랑 선배들에게도 경의를 표했다. 타점 1위를 질주 중인 KIA 타이거즈 최형우(41)가 대표적이다. 강민호는 “(최)형우 형을 보면 후배로서 참 감동적이다. 너무 좋은 활약을 하고 있지 않나”라며 “형이 ‘힘들다’고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옷 벗을 생각 말고 우리 베테랑들이 좀 더 야구장에 있어주자’고 했다. 누군가는 욕심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오래 해야 후배들도 나중에 유니폼을 입고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력이 없다면 옷을 벗어야겠지만, 힘이 남아있는데 굳이 은퇴 시기를 정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었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단 한 번도 밟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팀이 상위권에 올라있는 올 시즌은 그 숙원을 풀 기회다. 강민호는 “아직 KS 무대를 경험하지 못했다. 지금 분위기가 좋으니 순위를 신경 쓰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물론 KS에 나가고 싶다. 유니폼을 입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빨리 KS 냄새라도 한번 맡아보고 싶다”고 유쾌하게 웃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