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패싱’ 홍명보 선임에 문체부도, 정치권도 개입 시사…‘4연임 고민’ 정몽규 회장에 치명적 악재

입력 2024-07-16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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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왼쪽)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스포츠동아DB


대한축구협회(KFA)가 숱한 무리수를 두며 홍명보 감독(55)에게 축구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맡긴 것에 대해 정치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6일 “지금까지는 지켜봤지만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KFA 운영에 문제가 없는지 조사가 필요하다. 감사실과 체육국 등 여러 부처와 함께 구체적인 조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의 직접 지시로 이뤄지는 이번 조사의 핵심은 홍 감독의 선임 자체가 아닌 선정 과정이다.

올해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독일)을 경질한 KFA는 5개월간 새 사령탑 선임작업을 진행한 끝에 7일 홍 감독의 선임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문제가 많은 결정이었다. 직전까지 홍 감독이 K리그1 울산 HD를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현직 사령탑 빼오기’ 논란이 불거졌고, 규정상 A대표팀 감독 선임에 개입할 수 없는 이임생 KFA 기술발전위원장 겸 기술총괄이사가 정몽규 회장으로부터 근거 없는 권한을 부여받은 뒤 나선 후보 면접 과정과 결과 등에 대해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이 크게 악화했다.

감독 선임작업에 참여한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의 폭로를 시작으로 이영표, 박지성, 이동국 등 주요 축구인들이 연일 쓴소리를 하고 있고 시민단체의 고발까지 이뤄졌으나, 정 회장은 뒤로 숨었다. 결국 파장이 가라앉지 않자, 문체부가 권한 내 조사의 필요성을 느꼈다. 마침 KFA는 올해부터 정부 유관기관에 포함돼 문체부의 일반 감사가 가능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요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또 정치인들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 회장을 비롯한 KFA 수뇌부에 사퇴를 요구하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

게다가 정 회장은 정치권에서 인기 있는 인물도 아니다. 16강 진출에 성공한 2022카타르월드컵 직후 청와대는 축구국가대표팀을 초청해 만찬을 열었는데,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대부분 함께했음에도 정 회장은 당시 대통령실의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우선 서류조사와 주요 관계자 의견 청취 등 문체부의 1차 조사가 끝나야 KFA 국정감사 회부 등 구체적 수위가 정해지겠지만, 현재 분위기는 KFA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만큼은 분명하다.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내년 1월 차기 협회장 선거를 통한 4연임 도전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정 회장에게는 치명적 상황이다. 축구인들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 분명한 경고등이 들어왔을 때 무시한 결과”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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