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의 로드 투 메이저리그 : 에피소드7=ML이 본 한일 야구의 차이

입력 2024-07-18 1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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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22일(월) 일본 훗카이도 에스콘필드에서 열리는 ‘2024 한일 드림플레이어즈게임’ 포스터. 이번 대회에는 한국에서 총사령탑 김인식 전국가대표 감독을 필두로 이종범, 구대성, 양준혁, 김태균, 조인성, 박경완, 서재응 등 레전드 선수들이 출전한다. 일본에선 하라 다쓰노리 감독을 중심으로 우에하라 고지, 아와쿠마 하사시, 다니시게 모토노부, 조지마 겐지 등 일본 대표 레전드 선수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선수는 승부사…일본선수는 기술자”


한국, 멘탈 투지 과감성에 높은 점수
파워 동반한 강한 스윙 구사에 매력

일본은 변화구 능한 테크닉 큰 강점
방망이도 대포보다 정교한 교타자

ML 가려면 직행보다 KBO 경험을


오는 7월 22일(월) 일본 훗카이도 에스콘필드에서 ‘2024 한일 드림플레이어즈게임’(이하 한일DPG)이 열립니다. 대한민국은 총사령탑 김인식 전국가대표 감독을 필두로 이종범, 구대성, 양준혁, 김태균, 조인성, 박경완, 서재응 등 레전드 선수들이 출전합니다.

일본 역시 하라 다쓰노리 감독을 중심으로 우에하라 고지, 아와쿠마 하사시, 다니시게 모토노부, 조지마 겐지 등 일본 대표 레전드 선수들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특히 양 팀 사령탑은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맞대결을 펼친 바 있어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저도 이번 경기에 태극마크를 달고 한일전에 출격합니다. 한일전은 스포츠에 있어서 종목을 막론하고 가장 주목받는 빅 이벤트입니다. “일본에게는 가위바위보도 지지 마라”는 농담처럼 선수들 역시 시합의 경중 여부를 불문하고 태극기를 달고 일본을 상대할 때는 결연한 의지로 임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일전은 선수 개인에게도 영광이지만 국민들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한일전 승리를 통해서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09년 WBC에서 봉중근이 당시 최고의 선수였던 이치로를 상대로 1루 견제구로 발을 묶어놓는 장면. 세계 최정상급 스피드를 가졌던 이치로는 자신의 빠른 발을 믿기에 1루 견제 때 슬라이딩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봉중근의 견제구에 크게 반응하며 두번의 슬라이딩을 했고, 그 장면을 우리나라 야구팬들은 인상적으로 느꼈다. 사진캡처 |JTBC 화면



잊지 못할 한일전의 추억, 고마워요 이치로

2009년 WBC는저의 야구 인생에서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당시 최고의 선수였던 이치로를 상대로 1루 견제구로 발을 묶어놓는 장면에서 많은 야구팬들과 국민들이 통쾌함을 느꼈고 저는 경기 이후 국민들의 뜨거운 응원과 사랑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이치로의 스피드는 세계 최정상급 이었습니다. 자신의 빠른 발을 믿기에 1루 견제 때 슬라이딩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저의 견제구에 크게 반응하며 두번의 슬라이딩을 했고, 그 장면을 우리나라 야구팬들은 인상적으로 느꼈던 것 같습니다.

경기 전 이치로가 “앞으로 30년간 일본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겠다”는 일명 이치로 ‘망언’에 전국민의 공분이 극에 달한 시점이었기에 그 장면이 마치 ‘참교육’으로 느껴졌을 만큼 스트레스가 해소되었다고 합니다. 경기 이후 ‘봉의사’(봉중근+안중근 의사)라는 과분한 닉네임까지 붙여주셨습니다.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습니다. 국가대표 선수숙소가 대한민국은 3층, 일본은 4층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본 선수 측에서 “한국과 시합하지 않으면 안되나? 너무 힘들다”는 푸념 섞인 하소연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한일전은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도 영광의 자리임과 동시에 큰 부담입니다. 한일전은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는 미션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하지만 일본 역시 우리와 같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니 오히려 자신감이 생기고 경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일본 선수가 “우리 더 이상 만나지 않으면 안되냐”고 이야기할 때에는 측은한 마음도 생겼습니다.

한국의 메이저리거와 일본의 메이저리거

2009년 이치로. 스포츠동아DB



2009년 봉중근. 스포츠동아DB


이번 2004 한일DPG에도 메이저리그를 경험했던 선수들도 출격합니다. 한국은 구대성, 서재응, 윤석민 그리고 제가 메이저리그를 경험했고, 일본은 우에하라고지, 이와쿠마 히사시 등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바 있습니다.

우에하라 고지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월드시리즈에서 큰 활약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우에하라의 아들도 제가 몸담고 있는 IMG아카데미에서 야구 선수의 꿈을 안고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이와쿠마 히사시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선발투수로 뛰었던 선수로,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도 저와 두 번이나 맞닥뜨렸습니다. 이와쿠마는 직구, 스플린터,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며 제구력이 뛰어났던 선수입니다.

단순히 이번 참가 선수의 면면을 봐도 알 수 있지만 국내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는 서재응 선수, 저와 같이 어린 나이에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한 경우가 있습니다. 일본의 메이저리거는 일본 리그에서 충분히 경기력을 증명한 후, 제대로 된 대우를 받고 미국으로 가는 사례가 많습니다. 둘의 차이라면 당연히 팀 차원의 관리와 지원입니다. 이미 프로인 선수에 대한 투자가 들어간 팀의 입장에서는 이 선수가 빨리 메이저리그에 안착하는 것이 공동의 과제가 됩니다. 하지만 가능성만을 보고 어린 선수를 마이너로 부르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비교 불가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재 국내의 어린 선수들도 메이저리그를 꿈꾼다면 일단 한국 프로야구팀에서 경험을 쌓고 실력을 증명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일본 선수들은 커리어로 증명하고 여기에 구단 차원의 지원이 동반되기에 훨씬 유리한 출발점을 갖추고 메이저리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반면 마이너리그에서 출발하는 어린 선수는 가능성을 담보로 더 많은 도전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극복하며 메이저리그 진입을 노려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차이가있습니다.  

메이저리그가 바라보는 한일 야구의 차이

메이저리그에서 바라보는 한국 야구선수와 일본 야구선수의 인식은 확연히 다릅니다. 일본의 경우, 테크닉을 높이 평가합니다. 예를 들면 투수들은 변화구 구사에 있어서 정교함을 한국 선수보다 우위로 보고 있습니다. 포크볼,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질을 적재적소에 구사하는 일본 투수들은 ‘기술자’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정교하고 치밀한 전략에 의해 경기를 임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타자 역시 교타자의 성격이 강합니다. 물론 오타니와 같이 특출한 케이스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손꼽을 만한 재능입니다.

반면 한국 선수는 멘탈과 투지, 과감성에 높은 점수를 줍니다. 한마디로 ‘승부사’ ‘투사’와 같은 이미지입니다. 일본 선수와 비교해서 정교함은 떨어지지만 과감성과 파워는 높이 평가합니다. 일본 선수와 다르게 파워를 동반한 강한 스윙을 구사할 수 있는 선수가 많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특히 야구는 멘탈 스포츠라는 점에서 멘탈이 강력한 선수는 언제나 팀의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강한 멘탈의 한국 선수’는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단체 스포츠인 만큼 팀 융화도 역시 일본 선수에 비해 한국 선수가 훨씬 적극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대한민국이 분단국가인 만큼 선수들 역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점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군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는 것 조차도 미국 무대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라고 봅니다. 웬만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가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승리! 대한민국 야구 파이팅!!

저는 잠시만이라도 선수의 자세로 돌아가서 한일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늘 그렇듯이 한일전은 무조건 승리해 국민들의 기대와 사랑에 부응하겠습니다. 예전 같은 몸 상태가 아니고 어깨부상으로 은퇴한 만큼 얼마나 잘 던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IMG아카데미에서 선수들을 훈련시킨 후에 조금씩 몸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조건 한 타자 이상 아웃카운트를 잡겠다는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1이닝 정도 소화하며 2삼진 이상을 잡아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시 한번 태극기를 달고 국가대표로 출격하는 마음가짐으로 한국 야구 흥행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봉중근 l 전 국가대표 투수 · IMG아카데미 야구 보딩스쿨 코치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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