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 스포츠동아DB
그러나 네일은 후반기 들어 확연하게 힘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투구수가 누적될수록 구위가 떨어지는 약점을 되풀이했고, 제구력 또한 시즌 초반보다는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투수 캠 알드레드까지 기복을 보이면서 선발진의 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굳건히 제 역할을 한 기둥이 있다. 올해도 토종 에이스로 활약 중인 베테랑 양현종(36)이다. 30일 현재 올 시즌 20경기(121.1이닝)에서 7승3패, ERA 3.63,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11회를 마크 중이다.
양현종은 또다시 ‘익숙한’ 에이스 모드를 가동하고 있다. 승수와 ERA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남기고 있지만, 자신의 최대 강점인 이닝 소화력 부문에서 다시금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올 시즌 KBO리그에선 10개 구단 외국인투수들이 전반적으로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투구이닝 부문에서 외국인투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상위 10명 중 무려 9명이 외국인투수다. 이들 사이에 명함을 내민 단 한 명의 국내투수가 바로 양현종이다. 6월 팔꿈치 저림 증세 때문에 열흘을 쉬었음에도 벌써 120이닝 고지를 넘었다. 경기당 6이닝 이상을 꾸준히 책임지며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비결은 따로 없다. 양현종 특유의 ‘철완’이 돋보인다. 23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에서 9이닝 6탈삼진 1실점 완투승을 거둔 뒤에도 4일만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28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6이닝 3실점(0자책점)을 기록했다. 주 2회 선발등판의 강행군임에도 모두 QS를 작성했다.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계속 이닝을 쌓는다면, KBO리그 최초인 10시즌 연속 170이닝 투구 기록을 작성할 수 있다. 양현종은 지난해에도 171이닝을 던져 2014시즌부터 이어온 연속시즌 170이닝 투구 기록을 9년까지 늘렸다. 이 역시 KBO리그 최초 기록이었다.
포스트시즌(PS) 진출이 유력한 KIA에도 토종 에이스의 역투는 반갑기 그지없다. 잠시 흔들리는 외국인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반등할 여유까지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 계획대로 선발 원투쓰리펀치가 다시금 원활하게 돌아간다면, KIA는 PS에서도 순항을 기대할 수 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