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애지(오른쪽)가 31일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 16강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파리 | 뉴시스
임애지(25·화순군청)가 쇠락하는 한국복싱에 희망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임애지는 31일(한국시간) 노스파리아레나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 16강전에서 타티아나 레지나 지 헤수스 샤가스(브라질)를 4-1(30-27 30-27 30-27 30-27 27-30) 판정승으로 눌렀다. 예니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콜롬비아)와 8강전만 넘어서면 한국복싱에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안기게 된다.
올림픽 복싱은 별도의 순위 결정전이 없어 4강에만 올라도 최소 동메달을 확보한다. 한국복싱의 가장 최근 올림픽 메달은 2012런던대회 남자 라이트급 한순철의 은메달인데, 여자복싱에선 아직 메달이 없다.
임애지에게는 이번이 2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첫 기억은 좋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1년 개최된 2020도쿄올림픽에서 첫판을 넘지 못했다. 의욕만 앞섰고, 경기 운용의 묘가 부족했다.
체급을 57kg에서 54kg으로 낮추고 절치부심해 3년을 준비한 파리에선 달랐다. 추첨운부터 따랐다. 32강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덕분에 어깨와 다리 부상을 안고 있던 그로선 컨디션을 끌어올릴 시간적 여유를 얻었다. 상대 분석도 좀 더 꼼꼼하게 할 수 있었다.
전략도 좋았다. 1라운드부터 안정적 아웃복싱으로 점수를 쌓았다. 경험 많은 타티아나가 카운트를 노리고 달려들었으나 빠른 스텝으로 피하며 우위를 지킨 끝에 승리를 거뒀다.
복싱 동호인은 늘어났지만, 한국복싱의 국제경쟁력은 추락하고 있다. 1988서울대회에서 박시헌(라이트미들급)과 김광선(플라이급)이 금메달 2개를 획득했으나, 2004아테네대회 동메달 2개~2008베이징대회 동메달 1개~2012런던대회 은메달 1개뿐이다. 2016리우데자네이루대회 때는 올림픽 쿼터를 확보하지 못했다가 함상명이 와일드카드로 막차를 탔다. 2020도쿄대회에는 남자 선수 없이 임애지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오연지(34·울산시체육회)만 출전했다.
도쿄에서 경험을 쌓은 임애지와 오연지는 6월 2차 세계예선까지 거쳐 어렵사리 파리행 티켓을 잡았다. 그러나 임애지와 달리 오연지는 60kg급 첫판(32강전)에서 우스이(대만)에게 0-5 판정으로 패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