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카만 말루아치(왼쪽)가 29일(한국시간) 2024파리올림픽 남자농구 조별예선 경기 도중 푸에르토리코 호세 알바라도의 슛을 블로킹하고 있다. 219㎝의 장신인 18세의 말루아치가 화제다. 릴(프랑스)|AP뉴시스
남수단남자농구대표팀이 2024파리올림픽에서 화제다. 난민 출신 선수들이 적지 않은 데다 농구의 변방으로 분류됐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만만찮은 경쟁력을 과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남수단은 29일(한국시간) 대회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푸에르토리코를 90-79로 꺾었다. 이런 가운데 키 219㎝의 남수단 유망주가 눈길을 끌고 있다. 18세의 카만 말루아치다.
말루아치는 수단에서 태어났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우간다에서 보냈다. 어머니를 따라 형제들과 함께 우간다 수도 캄팔라 인근의 작은 도시에 정착했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농구선수가 됐다. 2019년 자전거를 타고 하교 중인 그를 본 한 사람이 “키가 크니 꼭 농구선수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인연으로 말루아치는 농구공을 잡았고, 세네갈에 있는 ‘미국프로농구(NBA) 아카데미 아프리카’로 스카우트돼 농구와 공부를 병행하게 됐다.
급속도로 성장한 그는 2022년 16세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했고, 지난해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국경 없는 농구 캠프’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며 국제적 유망주로 인정받았다. 올해 초에는 미국대학농구 명문 듀크대에 스카우트돼 농구의 본고장 미국으로 향하게 됐다. 말루아치는 대학에서 1년을 보낸 뒤 2025년 NBA 신인드래프트에 나설 듯하다. 내년 NBA 도전이 가능한 선수 중 3위로 평가받고 있고, NBA 팀들이 주목하고 있다.
2023년 남수단국가대표팀에 선발된 말루아치는 그해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에서 중국을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다. 역대 3번째 최연소 출전 기록이었다. 그 후로도 꾸준히 대표팀에 뽑혔고, 올림픽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말루아치는 영국 공영방송 BBC와 인터뷰에서 “농구는 하늘이 내게 주신 큰 선물이다. 그로 인해 우리 가족에게 좋은 기회가 생겼다”며 “가장 큰 꿈은 NBA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것이다. 야니스 아데토쿤보, 조엘 엠비드처럼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자신의 롤모델들을 직접 만나는 영광도 누렸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