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잠실구장 1루측 덕아웃에 설치된 온도계의 눈금이 측정 최대치인 50도를 넘긴 모습.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4명은 스스로 구급차를 불러서, 1명은 구단에서 조치했다.”
4일 오후 잠실구장 1루측 덕아웃에 설치된 온도계는 결국 다시 ‘측정 불가’ 수준에 이르렀다. 이 온도계가 측정할 수 있는 최대 기온은 섭씨 50도였는데, 눈금은 50도를 벗어나 한참 위로 치솟았다.
이날 잠실구장에선 키움 히어로즈-두산 베어스의 주말 3연전 중 마지막 경기가 예정됐다. 앞서 3일에도 잠실구장의 온도는 경기 전부터 이미 높게 올랐다. 3일 경기 전 측정한 잠실구장의 온도계 역시 측정 불가 수준이었지만, 임채섭 KBO 경기감독관은 경기를 그대로 진행했다.
2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LG 트윈스-롯데 자이언츠전은 폭염으로 인해 취소됐다. 인조잔디가 깔린 문수구장의 특성상 지열을 선수들은 물론 관중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잠실구장에는 천연잔디가 깔려있다. 그러나 햇빛을 피할 곳이 없어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도 대부분은 직사광선을 그대로 받아야 한다.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경기 개시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3일 경기 도중에는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이날 경기를 관전하던 팬들 중 5명이 온열 질환 증세를 보였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4명이 온열 증세를 보여 스스로 구급차를 불렀고, 1명은 구단을 통해 의무 조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KBO리그 규정 27조에는 ‘하루 최고 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올여름은 기온은 물론 길어진 장마 때문에 습도까지 여전히 높다. 관중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섭씨 35도를 훌쩍 넘을 수밖에 없다. 1000만 관중 시대를 바라보는 KBO리그가 진정한 ‘팬 퍼스트’를 실천하려면 단순 숫자가 아니라 팬들을 위한 배려부터 생각해야 한다.
잠실|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