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재환. 사진 제공 | 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김재환(36)은 이승엽 감독의 취임 첫해인 2023시즌 극도의 부진에 시달렸다. 132경기에 출전해 규정타석을 채우고도 타율 0.220(405타수 89안타), 10홈런, 46타점으로 간판타자의 역할을 전혀 감당하지 못했다.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바삐 움직였다. 지난해 가을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구슬땀을 흘리며 체중을 대폭 감량했고, 비활동기간에는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운영하는 야구아카데미(미국 LA)에서 타격폼 교정에 힘썼다.
그 결과 올 시즌 생산성 측면에선 지난해보다 확실히 나아졌다. 14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서 2년 만에 다시 시즌 20홈런을 터트리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19일까지 김재환의 올 시즌 성적은 111경기에서 타율 0.266(383타수 102안타), 22홈런, 73타점, 출루율 0.353이다. 모든 타격 지표가 지난해보다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만족하긴 어렵다. 수년간 부동의 4번타자로서 보여준 존재감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7월 19경기에서 월간 타율 0.194(62타수 12안타·3홈런·11타점)에 그쳤던 아쉬움도 만회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타격 페이스가 살아나고 있다. 8월 12경기에서 타율 0.333(42타수 14안타), 3홈런, 5타점이다. 멀티히트를 뽑은 11일 인천 SSG 랜더스전부터 7경기 타율은 0.375(24타수 9안타)다. 팀 내 홈런 순위 역시 양석환(28개)에 이어 2위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소위 말하는 ‘영양가’다. 22개의 홈런 중 15개(68.1%)를 주자가 있을 때 쏘아 올렸다. 승부처인 7회 이후, 2점차 이내일 때는 리그에서 2번째로 많은 5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이 감독 역시 “(김재환은) 승부에 직결되는 홈런을 많이 친다. 타율에 비해 팀 공헌도가 굉장히 높다”고 치켜세웠다.
홈런의 방향 또한 다양해졌다. 지난해에는 10홈런 중 7개(70%)가 오른쪽을 향했다. 올해는 좌측 8개(36.4%), 우측 14개(63.6%)다. 홈런뿐 아니라 안타 타구의 방향 역시 왼쪽 22개, 가운데 29개, 오른쪽 51개다.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타격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게 공을 맞히면서 상대 배터리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김재환이 건재한 두산 타선의 파괴력은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 허경민이 부상(손가락 부분 탈구)으로 이탈했지만, 정확한 타격을 자랑하는 정수빈과 장타력을 지닌 제러드 영, 양의지, 양석환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절대 만만하지 않다. 여기에 언제든 홈런포를 가동할 수 있는 ‘만능 퍼즐’ 김재환이 꾸준히 활약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상위권 순위경쟁에서도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기에 그에게 거는 두산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