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김형준. 스포츠동아 DB
NC 다이노스 포수 김형준(25)은 2023시즌을 통해 팀의 현재이자 미래로 확실히 인정받았다. 24경기(19선발)에서 180이닝만 마스크를 쓰고도 타율 0.236(72타수 17안타), 6홈런, 13타점으로 장타력을 뽐낸 데다 포스트시즌(PS) 전 경기(9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발탁돼 금메달을 목에 건 것도 그의 가치를 높였다.
데뷔 후 최고의 시간을 보낸 2023년의 기운이 올 시즌 초에도 이어졌다. 4월까지 24경기에서 타율 0.300(80타수 24안타), 6홈런, 18타점의 성적을 거뒀다. 강한 어깨를 앞세워 상대 주자들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능력 또한 탁월했다. 김형준이 든든하게 자리를 잡은 덕분에 NC도 4월까지 2위(20승11패)로 순항했다.
그러나 5월부터 타격감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5월 22경기에서 4홈런(10타점)을 뽑았지만, 타율은 0.145(69타수 10안타)에 그쳤다. 6월(0.176)과 7월(0.135) 월간 타율도 고작 1할대였다. 그래도 강견을 앞세운 수비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손아섭과 박건우의 동시 이탈로 공격력이 크게 약화한 탓에 팀 입장에선 공격력 강화를 위한 카드를 찾아야 했다. 자연스레 7월 이후 타율 0.326(46타수 15안타)의 호조세를 보인 선배 박세혁(34)의 포수 선발출전 빈도가 높아졌다.
다만 김형준에게는 도루저지능력이라는 확실한 무기가 있다. 극심한 타격 부진에도 출전 기회를 완전히 잃지 않은 비결이다. 올 시즌(21일 기준)에도 35.4%(65시도 23저지)의 도루저지율을 기록 중이다. 5회 이상 도루저지에 성공한 포수 17명 중 단연 으뜸이다. 포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강인권 NC 감독도 “김형준은 어깨가 워낙 강하고, 리드와 볼 배합 등도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이라고 칭찬했다.
결국 김형준은 ‘모멘텀’을 만들었다. 슬럼프에 빠진 선수가 돌파구를 찾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팀 승리를 이끄는 결정적 활약인데, 이를 통해 추진력을 얻고 상승곡선을 타기도 한다. 21일 청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3연타석 홈런을 터트리며 8-2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NC의 길었던 11연패를 끊는 데 앞장섰다.
강점인 장타력이 살아난 것이 고무적이다. 지금까지 16개의 아치를 그린 만큼 얼마든지 ‘20홈런 포수’로 도약할 수 있다. 강 감독도 “김형준은 장타에 초점을 맞추고 스윙하는 게 더 맞다고 본다.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고 격려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