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용,왕영은의행복한아침편지]아내의운전기피증어찌할꼬

입력 2008-04-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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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로로 차를 끌고 나가면 여자 운전자들 참 많이 봅니다. 특히 아이들 뒷좌석에 태우고 달리는 아줌마들 진짜 많습니다. 전 솔직히 말해서 그런 아줌마들의 남편들이 참 부러워집니다. 저희 집 아내는 전혀 운전을 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 회사가 집에서 차로 십여 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데, 아내는 집에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저를 수시로 호출합니다. 아이가 아프다거나, 집에서 차를 써야 될 일이 생기면 무조건입니다. 저를 불러 운전기사 역할을 시키거든요. 그렇게 집에 달려오는 것도 한 두 번이지 회사에 얼마나 눈치가 보이는지 모릅니다. 다른 건 알아서 척척 잘 해내면서 도대체 운전은 왜 안 배우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웬만한 여자들도 다 운전면허증 하나씩 지갑에 넣고 다닌다던데, 제 아내는 아니에요. 운전면허증 따게 하려고 문제집을 사다줘도, 자기는 무서워서 못 한다고 펼쳐보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힘든 건 바로 접니다. 저희 부부는 3달에 한 번씩 친구들과 부부동반 계모임을 합니다. 그 때 절대 빠지지 않는 게 바로 술입니다. 친구들은 맥주에 소주에 폭탄주까지 만들어서 마시는데, 저는 그 때마다 조용히 탄산음료 가득 부어서 건배를 해줍니다. 친구들의 아내들은 다 운전을 할 줄 알지만, 저희 아내는 무면허니까요. 친구들이야 그냥 마시고, 대리운전 불러서 들어가라고 하지만, 짠순이 제 아내가 옆에서 그걸 허락해 줄 리가 없습니다. 거기다 아내들이 술 취한 남편 태워서 집에 가면 그걸 뒤에서 흉을 봅니다. 자기가 저런 꼴 안 당하려고 운전을 안 하는 거라나 뭐라나… 하지만 저는 고문도 그런 고문이 없습니다. 남들 술 마시며 기분 좋게 취해 갈 때, 저 혼자 눈앞에 있는 술 먹지도 못 하고 말똥말똥 앉아 있는 게 얼마나 괴로운지 아십니까? 게다가 다른 집 아내들은 술 안 마셔도 분위기 맞춰 잘들 놀던데, 저희 아내만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뚱하게 앉아있습니다. 운전도 못 하고… 분위기도 못 맞추고… 회식이나 다른 술자리에서도 고생입니다. 동료들은 전화 한 통화로 아내 불러서 집으로 가는데 저는 택시 타고 집으로 갑니다. 그리고 택시 타고 왔다고 잔소리를 한 바가지로 듣습니다. 다음 날 출근할 때보면 아내가 회사까지 태워다주고 가는 경우도 가끔 봅니다. 아내 자동차에서 내리는 그 모습이 얼마나 부럽던지… 명절 때는 아내랑 교대로 운전하고 와서 그나마 몸이 덜 피곤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아이 아파서 병원 갈 때도 혼자 다녀온다는 아내들도 있습니다. 저도 말입니다. 운전 잘 하는 아내 만나서, 아내가 회사까지 태워다 줬으면 좋겠습니다. 회식 끝나고도 태우러 오고, 명절 때도 교대운전 해주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운전 잘 하는 아내랑 저도 한번 살아보고 싶단 말이에요! 행복한 아침, 정한용 왕영은입니다 매일 오전 09:05-11:00 수도권 주파수 FM 106.1MHz www.kbs.co.kr/radio/happyfm/h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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