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아내 덕분에 아줌마 다 됐죠.”
가수 김정민은 남성미 넘치는 허스키 보이스로 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던 스타였다. 그의 창법을 흉내내는 것은 터프함을 과시하고 싶은 이들의 단골 레퍼토리였고, 히트곡 ‘슬픈 언약식’은 지금도 터프가이들의 애창곡으로 손꼽힌다. 그랬던 김정민이 지금은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운 남자로 변했다. 2년 만에 발표한 디지털 싱글 ‘트리니티’의 강렬한 샤우팅 창법은 여전하지만 얼굴에는 삶의 여유가 느껴진다. 로커 김정민을 변하게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일본인 아내와 아들 태양이다.
“어우∼! 뼛속까지 아줌마 다 된다니까요. 결혼한 배우들과 육아를 소재로 대화도 많이 하고, 동료 가수들과도 허물없이 지내게 됐어요. 부족했던 사회성이 생긴 거죠.”(웃음)
김정민은 2006년 10월 늦깎이 결혼에 성공했다. 한국의 유명 가수와 재일교포 3세의 결혼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아내 타니 루미코 씨가 일본 유명 아이들 그룹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김정민에게 상관없었다. 그는 한국 사람이 다 된 아내와 무럭무럭 커가는 아들을 보며 행복함을 느끼는 평범한 가장이라고 강조했다.
“가사 도우미는 물론 육아 도우미에 아빠, 남편 등 1인 4역을 해요. 처가가 일본이어서 아내는 한국에 친척이 한 명도 없거든요. 저 하나만 보고 한국으로 온 건데 당연히 그래야죠. 가사는 1년 365일 하는데 녹음과 연기는 틈틈이 하는 것 같아요. 하하.”
김정민은 둘째의 출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싱글 ‘트리니티’가 짊어지고 있는 무게가 만만치 않겠다고 했더니 그는 “가장의 무게”라고 정의했다. “제가 연기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았어요. 연기 데뷔작 ‘올드 미스 다이어리’도 출연 요청을 세 번이나 거절했어요. ‘연기는 내가 갈 곳이 아니다’며 소속사와 마찰도 겪었죠. 로커의 마인드라 할까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전 아빠거든요. 가수로 활동할 때는 열심히 노래로 돈 벌고, 공백기가 있을 때 연기자로 우유값을 벌어야 합니다.”
그는 또 “희망이라면 제 앨범이 100만 장 판매고를 넘게 해준 팬들이 나이가 들어 마음의 여유가 생겼을 때 제 공연장을 찾을 수 있게 꾸준히 음악을 하는 거에요.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