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김창환“우린부부같은사이…13년전이별‘핑계’였죠”

입력 2008-07-02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그냥 담담해요. 13년 만에 만났는데 어제 만난 것 같아요, 그지?” 김건모-김창환 커플(?)은 13년이라는 세월을 빗겨간 듯 다정했다. 다 큰 남자 두명을 두고 ‘다정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이들은 오히려 “우리가 갈라섰을 때 느낀 감정은 아마 여자와 헤어졌어도 그만큼 힘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들의 관계를 설명했다.‘핑계’ ‘잘못된 만남’ 등의 히트곡을 만들어 김건모를 국민가수 반열에 올려놓은 주인공. 그는 김건모의 인기와 함께 스타 프로듀서로 명성을 누렸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정상의 위치에서 갑자기 헤어졌다. 김건모는 카리스마가 강한 김창환의 스타일에 회의를 느껴 떠났고 , 김창환은 떠나는 김건모를 붙잡지 않았다.그렇게 13년이 흘렀고 이들이 다시 만났다. 1995년 280만 장이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렸던 콤비의 재회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당연했다.“적당히 떨어졌을 때 헤어졌으면 이렇게 이슈가 안됐겠죠.(웃음) 하지만 최고일 때 각자의 길을 간 거죠. 그래서 어떤 음악을 선보일지 더 궁금해 하는 것 같아요.(김창환)” ○“우리는 부부 같아...사랑하던 여자랑 헤어져도 그렇게 아프진 않아.” 두 사람의 재회는 긴 세월 얼굴 한 번 안 보고 지낸 것이 무색하게 할 만큼 간단했다. 지난해 11월 김건모는 기러기 아빠가 된 김창환이 구준엽과 술을 마시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그가 있는 포장마차를 수소문해서 찾아갔다. 미운 정이 더 끈끈하다고 했던가. 어색할 줄만 알았던 상황에서 술이 윤활유 역할을 했고 두 사람은 “다시 한번 해보자”라며 두 손을 맞잡았다. “전 정말 좋죠. 지금까지 앨범을 만들 때 나를 컨트롤 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창환형은 그런 거 없어요. 하나를 해도 대충 하는 게 없으니, ‘대장’이 생겨서 날라 다니는 기분이에요.(김건모)” 김건모는 데뷔 17년 만에 신인으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했다. 억지로 초심을 찾았다기보다 김창환을 만나면서 초창기 모습으로 자연스레 회귀했다. 다시 만나 부딪치는 일은 없냐는 질문에 이들은 한동안 대답을 꺼려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은 변하는 것 같다”며 입을 열었다. “그때는 제가 정말 엄했어요. TV에서도 한 번 말했죠. 30cm 자. 건모는 그걸로 맞아가면서 노래를 배웠으니까. 국민가수가 말썽 피우거나 사고 치면 안 되니까, 연애도 마음대로 못하게 했어요. 그때는 저도 젊어서 뭔가 협상을 할 수 있는 틈이 없었고, 그게 건모와 헤어진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아요.(환)" “속박 당하니까 형한테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진짜 무서운 건 제가 술만 먹으면 귀신같이 알아내는 거예요. 더 웃긴 게 아무도 없는 포장마차에서 혼자 술 먹고 있어도 어떻게 알았는지 전화를 하더라고요.(김건모)” 사실 이들이 헤어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계약’에 있었다. 두사람 사이에는 가수와 제작자간의 계약서가 없었다. 김건모에게 ‘잘못된 만남’으로 공전의 히트를 쳤던 1995년은 김창환과의 구두계약이 만료되는 해였다. “건모는 나한테서 해방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때를 기다린 거였는데 저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어요. 원래 부부는 불륜 같은 큰 사건이 아니라 사소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헤어지게 되거든요. 우리는 부부사이 같았어요. 작은 게 쌓였던 거죠.(김창환)” ○“복고적이면서 현대적인, 그리고 트렌디한 김건모-김창환표 음악” 결별은 공표한 후 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김건모는 ‘차마’, 김창환은 ‘상처가 아파서’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 “솔직하게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건모한테는 애정이 컸어요. 그런데 나간 거지. 당시에 여자하고 헤어져도 이렇게 아프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김창환)” “형이 힘들어하는 걸 잘 아니까 난 못 나타났죠.(김건모)” 이들의 재회에 대중은 ‘예전의 영광’을 재현할 거라는 기대감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러한 기대에 신경 쓰지 않았다. 성공보다는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김건모만의 음악을 선보여야 한다는 ‘흥분’이 이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물론 다시 호흡을 맞추는게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김건모가 김창환의 녹음실에 들어선 첫 날, 난관에 부딪쳤다. 김건모는 괴로우면 술을 절대 마시지 않는 룰을 깨고 1집부터 3집까지 반복해 들으면서 이틀 동안 소주 4병을 마셨다. 이런 김건모를 위해 김창환도 천천히 시간을 주었다. 그는 김건모가 부르기 용이한 노래부터 한 곡 한 곡 신중하게 예전 스타일을 찾아줬다.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는 12집. 김건모와 김창환은 앨범에 대해 ‘자만’하지 않았지만 ‘자신’했다. “동방신기와 붙어서 1등을 하겠다는 게 아니거든요. 김건모-김창환표 음악을 만들고 싶을 뿐이에요. 얼마 전에 모니터를 해봤는데 노래를 들으면 9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 난대요. 저희가 바라는 게 그거예요. 복고적이면서도 굉장히 현대적인 음악이 될 거예요.(김창환)" “‘뭐야 90년대야?’ 이게 아니라 굉장히 트렌디한 음악이 될 거예요.(김건모)” 두 사람은 마치 짠 듯 서로를 마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주고받았다. 김건모 68년생 원숭이띠 남자입니다. 1992년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로 데뷔했고 김창환 프로듀서와 함께 발표한 ‘핑계’ ‘잘못된 만남’ 등이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국민가수’라는 칭호를 달았습니다. ‘누적 음반 판매량 1000만 장 돌파’ ‘2집 280만 장 판매고 기네스북 등재’ ‘1993년 최우수 신인 가수상 등 매년 가요시상식 석권’ 등 다양한 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11집을 넘어가면서 초심을 찾고 싶었습니다. 12집은 창환이 형과 함께 예전의 김건모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김창환 63년생 토끼띠 남자입니다. 프로듀서로 유명해지기 전 다운타운 DJ로 활동했습니다. 1991년 신승훈의 ‘날 울리지마’를 시작으로 클론의 ‘꿍따리 샤바라’ 박미경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 엄정화의 ‘몰라’, 채연의 ‘둘이서’ 등을 제작하다보니 제 앞에는 ‘스타 프로듀서’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더군요. 하지만 김건모 만큼 애정을 가지고 가르친 가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그와 다시 시작점에 섰습니다. 부귀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즐겁게 음악을 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