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경쟁은 경기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경기장 밖에서의 경쟁이 때로는 더욱 격렬하다. 광고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뉴욕타임스는 베이징에서 대기업들이 광고전을 치르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맥도날드는 ‘치어 포 차이나(Cheer for China)’ 광고를 TV에 내보내고 있고, 나이키는 중국 허들 스타 류시앙을 모델로 세웠다. 펩시 또한 올 초 전형적인 파란색 캔 대신 중국인이 좋아하는 빨간 색 캔을 한정판으로 만들어 ‘고 레드 포 차이나(Go Red for China)’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런 광고는 TV는 물론이고 버스, 옥외 스크린 등 다양한 곳에서 노출된다. 특히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에는 광고가 더욱 몰린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광고 시장이다. 전 세계 회사들이 군침을 흘리는 나라라는 말이다.
브랜드 컨설팅 회사 인터브랜드의 전략 이사 조나단 차제는 “대부분의 인터내셔날 브랜드에게 있어 중국은 향후 10년 간 가장 성장할 시장이다”고 말했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베이징에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로 인해 기록적인 숫자인 63개의 회사가 베이징올림픽의 공식 스폰서 또는 파트너가 됐다. 마케팅 회사 CSM에 따르면 올해 올림픽 관련 광고에 쓰인 비용만 최소 40억 달러에서 최고 60억 달러에 이른다.
코카콜라는 중국의 13억 인구를 대상으로 지난해 240억병의 콜라를 팔았고, KFC는 2000개가 넘는 매장을 갖고 있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는 중국 전역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노키아는 2007년 중국에서 7000만대의 휴대폰을 팔아 100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
이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은 매출을 더욱 확장하려고 광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복병이 한 가지 있다. 중국 브랜드의 도약이다.
이번 광고전에는 글로벌 브랜드 뿐 아니라 중국 브랜드도 가세했다. 수십 개의 중국 회사가 올림픽 스폰서가 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지불했다.
컴퓨터 회사 레노보는 중국 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올림픽 공식 스폰서로 나서 홍보비용을 마구 써대고 있고, 다른 회사들도 중국 최고 운동선수들처럼 자기네도 글로벌 브랜드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광고를 내고 있다.
그 결과 육상 류시앙의 경우 나이키와 코카콜라 광고를 포함해 16개가 넘는 광고 모델로 나서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큰 수영복 회사인 안타는 베이징 올림픽의 기쁨에 취해 있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깃발을 흔드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광고송에는 ‘나는 중국을 사랑해요’라는 가사까지 담았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의 증가하는 내셔널리즘을 이용하고, 중산층에 어필을 시작한 중국 브랜드들의 성장은 글로벌 회사에게 강력한 경쟁자가 되고 있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