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열린스포츠]재밌는야구,승부치기에반했다

입력 2008-08-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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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야구에서 승부치기가 도입된다고 했을 때, 솔직히 어리둥절했다. 국제야구연맹이 야구의 본질에 생채기를 내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 게임을 지켜본 현재, 국제야구연맹의 선택은 야구의 올림픽 재 가입을 위한 고육지책이라 판단된다. 시간절약과 더불어 흥미도 배가시켰다. 승부치기가 완벽한 제도는 아니지만, 이쯤에서 국내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이 아닌 정규시즌에만 도입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 본다. 2008 한국프로야구에서 도입하고 있는 ‘연장 끝장승부’는 현장의 모든 감독들이 반대하고 있고, 극심한 체력소모라는 부작용 때문에, 올 시즌이 끝나면 다시 제도변경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다. ‘연장 끝장승부’ 대신 승부치기를 도입하면, 몇몇 부작용과 더불어 야구 전통주의자들의 반발도 극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부치기가 도입되어야 할 이유는 몇 가지 관점에서 명백하다. 야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한계는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야구 마니아에게는 긴 시간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게임수가 많은 야구는 ‘마니아 스포츠’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국민이 좋아하는 대중스포츠가 되어야만 한다는 전제가 필연적으로 상존해 있다. 둘째는 미국의 NFL이나 NBA, 그리고 유럽의 프로축구에 비해 한·미·일 프로야구는 홈팀이 유리한 것이 별로 없다. 프로팀은 홈 승률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계적으로 홈 승률이 상대적으로 가장 저조한 프로스포츠 중 하나가 프로야구이다. 초창기 프로리그로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NBA가 인기를 끈 이유 중에 하나가, 유·무형의 지원을 통한 홈 승률의 향상이었다. 베이징올림픽 전, 승부치기는 “초 공격이 유리하다”는 일부전문가들의 견해와는 달리, 필자기 보기엔 ‘말 공격’이 확연히 유리하다. ‘작전 옵션’은 말 공격팀이 쥐고 있다. 즉 프로야구로 치면 말 공격인 홈팀이 유리하다는 것이고, 홈 팀의 승률향상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끝장 승부’나 ‘12회 이닝제한’보다 팬들에게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한 게임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정규시즌 팀 당 평균 연장전 횟수는 10여 차례 내외다. 이 정도 경기를 승부치기로 한다고 해서, 승률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대신 극적인 승부가 다양하게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야구 문외한들이 가지고 있는,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확실히 불식시킬 수 있다. 프로스포츠의 리그운영과 제도는 시대의 흐름에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야구의 ‘고유한 룰’은 바꾸기 어렵지만, 프로리그의 운영시스템은 언제든지 변화가 가능하다. 1984년 NBA커미셔너로 취임해서, 아직까지 집권하고 있는 데이비드 스턴은 스포츠행정가들 사이에서는 마이클조던보다 더 유명하다. 그가 수행한 일중에 가장 유의미한 일은 NBA를 제도적으로 보다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국프로야구 정규시즌에 승부치기를 도입한다면, 프로야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수도 있다. KBO와 각 구단은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전 용 배 동명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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