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빼고 싸우던 최홍만(28·사진)이 결국 K-1에서 퇴출될 전망이다.
K-1 주최사인 FEG가 최홍만에게 입식타격이 아닌 종합격투기(MMA)로 전향할 것을 권유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일본의 스포츠전문지 ‘닛칸스포츠’는 8일 인터넷판에서 다니카와 사다하루 FEG 이벤트프로듀서의 입을 통해 최홍만의 K-1 퇴출소식을 전했다.
다니카와는 6일 K-1 월드 GP 2008 대회가 끝난 다음 날 “K-1 스타일에서는 진화가 보이지 않는다. (그라운드 기술을 허용하는) 종합격투기가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최홍만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다니카와는 K-1의 대진을 결정하는 책임자다. 그의 결정에 따라 링에 오를 수 있는지 아닌지가 결정 난다. 다나카와의 타 종목 전향 권유는 일본인 특유의 복화술이다. 겉으로는 점잖은 발언이지만 실제 내용은 더이상 최홍만은 K-1 선수로서 매력이 없다는 뜻이다.
지난 6월 뇌하수체 종양제거 수술을 받았던 최홍만은 이후 제대로 경기를 한 적이 없다. 6일 요코하마아레나에서 열린 K-1 월드그랑프리 레이 세포(37·뉴질랜드)와의 리저브매치가 그래서 더욱 중요했지만 아쉽게도 발전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몸동작은 꿈 떴고 강력한 펀치도 없었다. 게다가 상대와 매트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투지마저 보여주지 못해 그날 경기를 지켜본 국내의 많은 팬들조차 외면하고 말았다. 커다란 덩치 빼놓고는 내세울게 없는 최홍만에게 이제 한국 천하장사라는 타이틀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못하는 눈치다.
상대와 샅바를 잡고 싸우는 씨름에서 잔뼈가 굵은 최홍만은 그동안 종합격투기 룰로 두 차례 경기를 치러 1승1패를 거뒀다. 2006년 말 바비 오로건(35·나이지리아)과 첫 대결에서는 TKO승을 거뒀고 지난해 12월 표도르 에멜리아넨코(32·러시아)와 두 번째 경기에서는 암바로 1라운드 TKO로 패했다.
서서 때리고 차는 것보다는 상대를 잡아당기고 구르는 동작이 있는 종합격투기가 아무래도 익숙하기는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품성 약화다. 특히 상대를 무서워하듯 엉덩이를 빼고 경기하는 모습은 격투기 선수로서의 최홍만에게는 최대 약점이다.
최홍만은 가슴부터 고쳐야 한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