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들의수다]지상파5개예능프로서종횡무진박미선

입력 2008-12-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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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봉원놀려미안그래도그이는헉!할만큼섹시”
화통한 어법을 구사하는 그녀와의 대화는 예상했던 대로 유쾌했다. 박미선은 ‘아줌마답게’ 거리낌 없이 속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동네 슈퍼에서 만나 수다를 떠는듯한 편안한 말투로 주위의 공기를 훈훈하게 데웠고 때론 ‘본업’에 충실한 촌철살인의 유머로 폭소를 안겼다. ‘여기자들의 수다’(이하 여수다)의 이번 주인공은 예능 프로그램에 ‘아줌마 시대’를 연 주인공 박미선. ‘제2의 전성기’라는 평가에 걸맞게 그녀는 현재 KBS 2TV ‘해피투게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명랑히어로’를 포함해 지상파 TV에서 5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남편 이봉원과는 SBS 러브FM에서 ‘우리집 라디오’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누구보다 일주일을 바쁘게 사는 그녀이기에 ‘여수다’의 주인공으로 초대하기까지 여느 연예인들보다 몇 배의 시간과 공이 들었다. - 이해리 기자(이하 해리) : 마침내 ‘생활 개그’의 주인공을 만나게 돼 영광이다. “생활 개그는 ‘해피투게더’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남편(이봉원)을 은근히 개그의 소재로 이용하는 건데 시청자가 남편이 누군지 알기 때문에 잘 먹힌다. 내 개그를 본 아줌마들은 속이 시원하다고 편을 드는데 남자들은 싫어한다. 남편과 진행하는 라디오 청취자들 중 남자들은 ‘남편에게 잘 하라’고 은근히 훈계한다.(웃음) 꼭 그 말이 아니더라도 남편을 개그 소재로 이용하는 건 미안하다. 괜히 나 때문에 ‘철없는 남편’이란 이미지만 생겼다.” - 이정연 기자(이하 정연) : 이봉원은 방송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걸 싫어하지 않나. “길에서 만난 아줌마들이 남편에게 ‘아내가 먹여 살려 좋겠다’고 놀린 적이 있을 정도다. 남편은 내 출연료가 얼마인지도 모른다. 경제적인 문제는 각자의 주머니가 따로 있다.(웃음) 나는 돈이 들어오면 절대 안 나간다. 돈을 손 안에 움켜쥐고 있다. 남편 역시 사업은 스스로 알아서 한다. 물론 가정 경제는 나한테 맡긴 부분이 있지만 ‘벌 수 있는 사람이 벌자’는 주의라서 개의치 않는다.” - 해리 : 결혼 15년 된 부부로 매일 집에서 보는 것도 모자라 라디오 생방송으로 만나는 기분은 어떤가. “그동안 쑥스러워서 부부 진행은 절대 하지 않았다. 막상 해보니 불편한 때가 있다. 집안 일로 싸웠어도 생방송을 해야 하는데, 분위기가 어색하면 청취자들이 귀신같이 알아차린다.(웃음) 그런데도 입은 잘 맞는다. 15년 동안 입을 맞췄으니깐. 남편이 하는 이야기에는 무조건 크게 웃어준다. 그게 나의 내조다.” - 정연 : 부부싸움은 주로 어느 때 하는지 궁금한데. “남편이 술을 마시는 걸로는 다투지 않는다. 아이들 교육 문제로 의견이 충돌할 때 다툰다. 우리는 서로 물어 뜯어도 잉꼬부부다. 결혼해서 15년 동안 살면 사랑이란 거창한 말보다는 서로 든든한 기분이 더 크다. 가끔 정장을 차려입고 나올 때면 ‘헉’ 소리가 날 정도로 섹시하기도 하다.” - 해리 : 그럼 든든한 남편 덕분에 전쟁터 같은 예능 프로에서 마음껏 재능을 발휘하는 것인가.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는 가운데 나처럼 상황을 조용히 정리해주고 안내해주는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다. 교통정리나 다리 역할이라고 본다. 스스로는 예능 프로그램을 일이 아닌 ‘논다’고 생각한다. ‘해피투게더’에서 게스트들에게 묻는 질문은 대본이 아닌 진짜 궁금해서 묻는 것들이다.” - 정연 : 바쁜 와중에도 엄마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나. “특별한 게 있을까. 쉬는 날 같이 밥 해먹고 잔소리하고 시험 때면 공부를 가르치고 주말에 옷을 사주거나 학교 발표회에 다니는 정도다. 얼마 전 중학생 딸의 학교 축제에 가서 콘테스트 사회를 봤다. 딸이 ‘엄마 짱이야’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줬다.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지 못하고 많이 놀아주지 못해 늘 미안하다. 그래도 내색은 하지 않는다. 엄마가 미안해하면 아이들까지 미안해 할까봐 오히려 고생해서 돈을 벌고 있다고 강조한다.” 박미선은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이 모두 연극영화과 지망생이라고 귀띔했다. 부모에게 받은 재능을 아이들은 장래희망으로 연결한 셈이다. - 해리 : 연예인을 지망하는 자녀들을 적극적으로 뒷바라지 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꿈을 물으면 늘 개그맨이라고 답했다. 한 번도 희망이 바뀌지 않았다. 딸은 만화가를 꿈꿔왔는데 요즘은 ‘엄마 같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엄마 같은 직업은 1000명 중 1 명이 될까 말까한 일이라고 이야기해준다. 공부는 재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모로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조기유학을 보낼까 하다가도 3대가 모여 사는 집안의 생이별이 엄두가 나지 않아 단념했다. 아이들에게 ‘엄마처럼 영어보다는 한국말 잘하면 돈도 잘 번다’고 이야기한다.(웃음)” - 정연 : ‘늦복’이 있다. 불황을 비켜간 비법은. “나도 이렇게 늦복이 있을 줄 몰랐다. 데뷔하고 21년 동안 나는 방송사를 직장으로 생각하고 일해 왔다. 항상 일이 있고 가족이 있었기 때문에 돈을 버는 일이 좋았다. 이제 마흔 살이다. 여자 나이로 만개한 나이가 40대 아닐까. 꽃잎이 완전히 핀 국화처럼 향이 진한 때이다. 나는 40대가 진짜 자신의 향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큰 욕심을 내기 보다 지금에 감사하면서 늘 기도한다. 내 일이 잘 풀리니 남편의 일도 점점 잘되고 있다. 인기가 생기니깐 없던 안티팬도 늘어나 신기하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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