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 김연경의 복귀…다시 우승 꿈꾸는 흥국생명 [V리그 개막 특집]

입력 2022-09-29 06: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제공ㅣKOVO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의 지난 시즌 순위는 6위다. 33경기 중 겨우 10승만 챙겼다.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하위다. 물론 주축선수들의 대거 이탈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경험이 적은 선수들로 팀을 꾸리다보니 위기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령탑을 바꿨다. 8년간 동행한 박미희 감독 대신 권순찬 감독(47)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당장의 성적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뽑았다. 구단은 “선수들과 소통, 과학적 분석과 체계적 훈련 등을 통해 흥국생명을 새롭게 바꿀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권 감독도 ‘육성’과 ‘리빌딩’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한 가지 변화는 김연경(34)의 복귀다. 2020~2021시즌을 마친 뒤 중국 무대로 건너갔던 그는 최고 대우로 다시 돌아왔다. 흥국생명으로선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훈련부터 100% 전력으로 실전처럼

권 감독의 첫 번째 처방은 ‘집중력’이다. 밖에서 지켜본 지난 시즌은 안타까움이 묻어난 시간이었다. 그는 “선수들의 얼굴에 간절함은 보였지만, 이기고 싶어도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를 모르는 듯했다.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나오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흥국생명 권순찬 감독. 사진제공ㅣKOVO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배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였다. 권 감독은 “훈련부터 집중도를 높였다. 훈련에서 100% 몸을 써야지 실전에서도 그렇게 나온다”며 분명하게 방향성을 제시했다. 훈련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은 물론이다.

성균관대를 졸업한 뒤 2002년까지 삼성화재에서 전천후 공격수로 활약했던 권 감독은 줄곧 남자팀에서 코치 경력을 쌓았고, 2017년부터 2년간 KB손해보험 사령탑을 맡았다. 여자팀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감독은 “아무래도 마음을 열고 세밀하게 소통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털어놓았다.


●많이 바뀌는 선수 구성

선수 구성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확 달라진다.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는 김연경이 붙박이다. 김다은(21), 김미연(29), 정윤주(19)가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경합한다. 김다은은 공격력과 블로킹이 좋고, 김미연은 수비적 측면에서 비교 우위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지만, 정윤주도 공격 쪽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권 감독은 “김연경이 공격 쪽에서 더 많은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나머지 선수들이 수비를 적극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는 옐레나(25·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책임진다. 지난 시즌 KGC인삼공사에서 뛴 장신(196㎝) 공격수로, 김연경과 함께 좌우 쌍포를 구축한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적 측면에서 권 감독은 옐레나에게 높은 점수를 준다. 아울러 스파이크 서브를 준비 중이다. 지난 시즌까지는 범실이 적은 플로터 서브를 주로 구사했지만, 새 시즌을 앞두고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를 장착 중이다.

미들블로커(센터)는 프로 5년차로 블로킹이 좋은 이주아(22)를 비롯해 김나희(33), 변지수(25), 임혜림(18)이 맡아 중앙을 책임진다.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뽑은 세화여고 임혜림(184㎝)은 점프와 높이, 속공이 강점으로 꼽히는 유망주다.

세터는 김다솔(25), 박혜진(20), 박은서(22)로 이뤄졌고, 리베로는 베테랑 김해란(38), 박상미(28), 도수빈(24)으로 구성된다.


●과연 김연경 효과는…

새 시즌 V리그의 최대 관심사는 김연경의 복귀다. 우선 8월 전남 순천에서 벌어진 KOVO컵에서 김연경의 티켓 파워는 증명됐다. 흥국생명의 경기는 모두 매진이었다. 김연경을 보기 위해 팬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고 표를 샀다.

흥국생명 김연경. 사진제공ㅣKOVO


이제 코트 안에서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11년 만에 국내로 돌아온 2020~2021시즌에는 공격성공률 1위(45.92%), 서브 1위(세트당 0.227개) 등 개인 타이틀 2개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권 감독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선수”라며 웃었다. 기술적으로 이래라저래라 주문하지도 않는다. 가만히 놔둬도 스스로 알아서 잘한다. 사령탑이 원하는 방향을 이해하고 후배들을 독려하는 것도 김연경의 몫이다. 권 감독은 “김연경이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결코 체력이나 파워가 꺾이지 않았다”며 놀라워했다. 그만큼 자기관리를 잘한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배구는 홀로 하는 종목이 아니다. 팀 스포츠다. 김연경 혼자 잘한다고 해서 이기는 게 아니다. 동료들이 잘해줘야 팀도, 김연경도 산다.

권 감독은 ‘원맨 팀’이 아닌 ‘원 팀’을 강조했다. 김연경에게 공격점유율을 몰아주는 게 아니라 고르게 분산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김연경도 여유 있게 장기 레이스를 치를 수 있다. 권 감독은 “모두가 개인적 욕심보다는 팀에 헌신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가르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제공ㅣKOVO


김연경 합류로 얻은 또 다른 소득은 동료들의 자신감이다. 권 감독은 “상대에게 진다는 생각을 안 한다. 확실히 구심점이 생기니까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는다. 그게 우리 팀의 달라진 모습”이라고 자랑했다. 아울러 외국인선수 옐레나가 자극을 받은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훈련 때 김연경이 열심히 하면 옐레나도 지지 않으려고 따라한다.

김연경은 다음달 25일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한 2022~2023시즌 홈 개막전부터 출전할 예정이다. 권 감독은 “꾸준히 몸을 만들고 있어 개막전 투입에는 문제가 없다”고 장담했다.

용인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