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돼지우리 냄새 나” 수신료 챙기는 KBS 기자 수준 ‘경악’ [종합]

입력 2023-03-09 2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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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 방송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KBS(한국방송공사) 소속 현직 기자가 방송을 통해 할 수 있는 표현 수준이 ‘참사’에 가깝다. 격 떨어지고 경악스럽다.
앞서 KBS 경제부 A 기자는 7일 KBS1 라디오 ‘성공 예감 김방희입니다’에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 찬반 대화 도중 전북 전주를 “소 냄새, 돼지우리 냄새가 난다”고 폄훼했다. 지인 말을 인용했지만, 특정 지역을 폄훼하고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표현이었다. 해당 멘트는 고스란히 송출됐고, 당연히 방송 직후 A 기자 발언으로 논란으로 번졌다.
이에 대해 KBS는 9일 공식 입장문을 배포하고 “지난 7일 라디오 경제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A 기자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진행자가 당일 방송 도중 해당 발언의 부적절함을 바로 지적한 뒤, 다음날인 8일 방송에서 사과했다. 제작진과 해당 기자는 금일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이 발언으로 상처받고 불편하셨던 분들에게는 충분치 않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돼 마음이 무겁기만 한다”고 했다.
KBS는 “해당 발언이 방송 제작 가이드 라인에 위배됐을 소지가 크다고 보고 사내 심의 규정에 따라 당사자에 대한 제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당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구성원의 경각심을 일깨워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동안 꾸준히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던 KBS다. 하지만 소속 기자 수준이 지역 폄훼라면 수신료 인상은커녕 KBS 그 자체를 평가할 수밖에 없다. 시쳇말로 ‘내 발로 나가지 않으면 철밥통’이라는 KBS 소속이라 그런 말이 쉽게 나왔는지에 대한 구성원 의식 수준을 되짚게 한다. 국민들에게 수신료 인상을 요구할게 아니라 구성원 의식 수준부터 재정비가 필요하다. 아니라면 ‘쓸데없는 인건비부터 줄이라’는 팩트 폭행은 계속될 전망이다.

● 다음은 KBS 공식입장 전문

KBS는 지난 7일 라디오 경제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기자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진행자가 당일 방송 도중 해당 발언의 부적절함을 바로 지적한 뒤, 다음날인 8일 방송에서 사과했고, 제작진과 해당 기자는 오늘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 발언으로 상처받고 불편하셨던 분들께는 충분치 않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돼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KBS는 해당 발언이 방송제작가이드라인에 위배됐을 소지가 크다고 보고 사내 심의 규정에 따라 당사자에 대한 제재 절차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KBS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구성원들의 경각심을 일깨워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 다음은 제작진 공식사과 전문
지난 3월 7일 저희 '원탁의 기자들K' 코너에서 국민연금 서울 이전설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중 해당 지역에 계신 분들이 듣기에는 불편하실 수 있는 발언들이 있었습니다. 제작진으로서 사안의 엄중함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해당 방송 내용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향후 제작 시에 좀더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 다음은 A 기자 사과문
KBS 경제부 기자 A입니다.

라디오 방송 도중 불필요하고 부주의한 말로 청취자 여러분, 특히 해당 지역에 거주하거나 인연을 갖고 계신 분들의 마음에 상처를 드렸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인력 유출의 심각성을 설명하면서 부적절한 사례를 들었습니다. 지역에서 태어나 자랐고, 지금도 저를 제외한 가족 대부분이 지역에서 살고 있습니다. KBS 입사 뒤로는 2008년 지역국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지역간 불평등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부족했습니다.

더 사려 깊은 언행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더 신중하고 정확하게 발언하는 공영방송인이 되겠습니다.

다만, 당일 방송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인력난이 심하다, 본부가 전주에 있다 보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시각이 있다면, 거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점을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전주지역 청취자, 시청자께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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