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두 청년의 간절한 꿈 “꼭 V리그에서 뛰고 싶다”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

입력 2023-04-26 1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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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무대에서 활약 중인 몽골 출신 에디(왼쪽)와 바야르사이한은 25일부터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KOVO 주최의 ‘2023 남자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코리안 드림을 위해 2017년 한국에 온 둘은 기량뿐 아니라 능숙한 한국어로도 V리그 팀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제공 | KOVO

25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배구연맹(KOVO) 주최의 ‘2023 남자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 첫날, 참가자 24명 중 가장 눈에 띈 선수는 몽골 출신 바야르사이한(25·인하대)과 에디(24·성균관대)였다. 현장에 모인 관계자들은 둘의 움직임에 시선을 집중했다. 이미 정보를 보고받은 각 구단 감독도 현장에서 직접 기량을 확인했다.

두 몽골 청년의 꿈은 ‘V리거’다. 2017년 1월 한국으로 건너온 이유도 프로무대에 서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6년여 동안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배구 명문 순천제일고 3학년으로 전학온 이들은 대학 진학 이후 존재감을 키웠다. 197㎝의 바야르사이한은 미들블로커(센터)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198㎝의 에디는 측면 공격수로 성장했다.

원래 이들은 귀화를 통해 꿈을 이루고자 했다. 어학당에 다니며 한국말도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최근 귀화신청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영주허가를 받고 5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납세를 증명해야 한다. 이것이 발목을 잡았다. 소득이 없는 학생이었기에 귀화가 힘들어졌다. 바야르사이한은 “원래 5년 살고 나서 귀화신청을 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법이 바뀌었다. 소득이 있고, 세금을 내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귀화신청을 못 했다”며 낙담했다.

결국 지난 시즌 V리그 신인드래프트를 신청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그는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한국에 온 이후 5년 동안 귀화만 기다렸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죽으란 법은 없었다.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였다. 아시아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힘을 냈다. 지명을 받는다면 꿈에 그리던 V리그 코트에 서게 된다. 둘은 “정말 의미가 큰 아시아쿼터”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사진제공 | KOVO


그렇다면 이들은 지명 받을 수 있을까. 한 배구 관계자는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바야르사이한은 “미들블로커 등록선수가 6명밖에 없다. 내가 경기를 많이 뛰어야 했다. 또 많이 뛰어야 돋보이는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며 의지를 다졌다.

기량뿐 아니라 어려움 없는 의사소통도 이들의 강점이다. 바야르사이한은 “한국에서 한 해, 한 해 보낼 때마다 한국문화에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의사소통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한국어도 잘하고, 우리 팀 선수들과도 잘 지낸다”며 “프로무대에서 뛰려고 6년간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와서 고생했다. 언젠가는 귀화하고 싶다”고 간절하게 말했다. 에디는 “그동안 한국무대 진출을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뽑아만주신다면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연습경기는 27일 오전까지 3차례 진행된다. 이어 27일 오후 드래프트를 통해 V리그에서 뛸 선수가 결정된다. 두 몽골 청년의 꿈은 이뤄질까.

제주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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