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도, 없어도 우리 선수들” 클린스만의 리더십은 특별해 [현장 리포트]

입력 2023-06-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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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감독. 스포츠동아DB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이 2번째 소집을 마무리했다. 페루전 0-1 패배처럼 아쉬움도 있었으나, 새로 발탁한 젊은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과 주축들이 대거 이탈한 상황을 가정한 플랜B 구성 등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대표팀이 부산과 대전에서 모든 A매치 일정을 소화한 가운데, 클린스만 감독의 리더십이 돋보인 장면이 있었다. 특히 ‘우리 선수 챙기기’가 인상적이었다.
6월 A매치 2연전에 참가할 대표팀 엔트리를 구성하면서 클린스만 감독은 놀랍게도 손준호(산둥 타이산 계약해지)를 포함시켰다. ‘비국가공작(비정부기관) 인원 수뢰죄’ 혐의로 중국 공안에 구류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던 손준호가 뛸 수 없음을 잘 알고, 행여 혐의가 확정된다면 상당한 망신을 살 수 있음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어려운 시기에 우리(대표팀)가 100% 서포트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며 지지 의사를 보냈다.

클린스만 감독의 태도는 손준호가 17일 구속 수사로 전환된 뒤에도 바뀌지 않았다. 엘살바도르전을 하루 앞둔 19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조속히 모든 사태가 잘 마무리되고 긍정적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 지금은 우리 모두 그를 위해 기도할 때”라며 응원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선수 챙기기’는 또 있었다. 페루전 전날(15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 임시 주장으로 참석한 골키퍼 김승규(알샤밥)가 거의 질문을 받지 못한 채 머쓱하게 자리를 지킨 장면을 확인하고는 대표팀 스태프에게 “언론에 미리 더 많은 질문을 요청했어야 했다. 아니면 사회자가 직접 질문을 던졌어야 했다”고 따끔하게 조언했다.

여기에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과거 전북 현대에서 뛴 사살락을 비하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승현, 박용우(이상 울산 현대)를 끝까지 대표팀 캠프에 남기면서 클린스만 감독은 “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도 너희를 위한 벌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또 향후 어떤 징계가 내려지든 달게 받으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실제 A매치를 뛴 뒤에는 “감독인 나도 실수를 한다”고 감싸며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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