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전략·전술 클린스만, ‘손흥민 시프트’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해봐 [사커토픽]

입력 2023-09-10 17: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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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클래스’ 손흥민(가운데)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클린스만호’는 8일(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시티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 친선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손흥민은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했지만, 단조로운 팀 전술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5년 6개월 만의 유럽 원정은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 친선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3월 닻을 올린 ‘클린스만호’는 A매치 5경기 동안 승리가 없다. 13일 영국 뉴캐슬로 장소를 옮겨 치를 사우디아라비아와 2번째 평가전마저 이기지 못하면 최악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

기대한 웨일스 원정은 결과도 참담했는데 경기력은 훨씬 처참했다. 자원이 부족한 건 전혀 아니다. 대표팀 합류 직전의 소속 팀 경기에서 맹활약한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발롱도르 후보에 오른 특급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시차 걱정 없이 완벽한 컨디션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럼에도 4전5기는 없었다. 웨일스의 탄탄한 수비를 뚫지 못했고, 수비 불안은 여지없이 반복됐다. 첫 무실점 A매치로 포장할 내용이 아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해외에서 보낸 다국적 코칭스태프는 ‘이기기 위한’ 해법을 태극전사들에게 제시하지 못했다.

굳이 유의미한 시도를 굳이 찾자면 ‘손흥민 시프트’가 있었다. 주로 맡던 왼쪽 윙 포워드에서 최전방으로 이동해 3일 번리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몰아친 손흥민은 웨일스전에선 공격 2선의 중앙을 책임졌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월드클래스’도 혼자선 무리였다. 활동 폭이 너무 컸다. 하프라인 아래부터 전방까지 종횡무진하며 볼을 운반하고 연결했다. 경기 흐름에 따라 전진해 조규성(미트윌란)과 투톱을 이루곤 했으나 효율적이지 않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플레이메이커에 가까운 그는 지원사격을 받지 못해 고전했다. 공간을 만들고 벽을 부수며 열심히 뛰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효율적 공격을 위한 세부전략이 없었던 결과다.

유감스럽게도 사우디전도 큰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클린스만 감독은 여전히 선수들을 파악하지 못했다. 중앙에서 특히 강한 공격형 미드필더 홍현석(헨트)과 이재성(마인츠)을 좌우 날개로 세우고, A매치에 데뷔한 이순민(광주FC)을 익숙한 3선이 아닌, 전진한 중앙 미드필더로 위치시켰다가 박용우(알아인)가 근육 경련으로 빠진 뒤에야 제자리를 맡긴 것이 상징적 장면이다. 결국 현장을 제대로 찾지 않은 채 한국 코치들의 말만 믿고 선수를 선발해 발생하는 사태다.

어디서든 제 몫을 해내는 ‘손흥민 시프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고집인지 뚝심인지 맞지 않는 옷을 팀에 줄기차게 입히려는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대표팀은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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