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본단자 감독은 “부담을 줄여주고 싶다”고 하는데…김연경의 ‘녹슬지 않은’ 클래스

입력 2023-11-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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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공·수를 가리지 않는 간판스타 김연경에게 쏠리는 부담을 줄이고 싶어 하지만, 여전히 톱클래스인 김연경의 뒤를 받쳐줄 자원이 마땅치 않다. 10월 31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GS칼텍스전 도중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는 김연경. 장충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V리그에선 유독 ‘쏠림 현상’이 심한 편이다. 날개 공격수 1~2명이 대부분의 팀 득점을 해결하는 조금(?) 이상한 구조다. 그 중에서도 외국인선수가 차지하는 몫이 굉장히 크다. 홀로 30~40점 이상 쓸어 담아야 하는 경기들이 적지 않다.

V리그 여자부 최강으로 통하는 흥국생명도 다르지 않다.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김연경과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옐레나(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지난달 31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GS칼텍스와 ‘도드람 2023~2024 V리그’ 1라운드 원정경기에서도 ‘쌍포’의 무력시위가 번뜩였다.

흥국생명이 세트스코어 3-0(25-22 26-24 25-23) 완승을 거둔 가운데 김연경(18점)과 옐레나(19점)가 가장 눈부셨다. ‘팀 전력의 8할’답게 코트를 지배했다. 그러나 아본단자 흥국생명은 이 같은 상황이 많이 아쉽다.

아본단자 감독은 “(공격 편중은) 우리만 그렇지 않다. GS칼텍스는 실바의 공격 점유율이 70%를 웃돌고, 정관장 메가와 지아도 80% 이상의 점유율을 보였다”면서도 공격의 다양화를 팀에 입히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강조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특정선수가 팀 공격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대신, 수비에 집중해야 할 리베로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고르게 화력을 분담해주는 것을 이상적으로 여긴다. 다만 현실은 냉정하다. 그는 “공격을 나눠주고 싶어도 리시브가 안 될 경우 미들 연결이 어렵다. 상황을 바꾸고 싶지만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 흥국생명 경기에서 흥국생명 김연경이 공격 득점에 성공한 후 김수지와 기뻐하고 있다. 장충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그렇다고 팀이 가진 최대 강점을 굳이 내려놓을 이유는 없다. 효율적 리시브 연결과 토스 배분 등을 고려할 때 득점력을 극대화하려면 결국 해결사들이 필요하다. 게다가 김연경의 기량은 여전하다. 코트 위 리더십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는 데다, 현역 은퇴를 바라보는 시기임에도 퍼포먼스를 보면 톱클래스다.

경기 지표가 김연경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도로공사와 개막전(16점·공격성공률 53.33%)~현대건설전(23점·45.83%)~페퍼저축은행전(20점·50%)~정관장전(25점·46.94%)뿐만 아니라, 상대가 매섭게 추격해온 3세트 막판 3점을 쓸어 담아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GS칼텍스전에선 무려 69.57%에 달하는 놀라운 공격성공률을 보였다. 개막 이후 5경기(19세트)를 뛰면서 102점을 올렸는데, 전체 범실은 13개에 불과했다.

유일한 변수는 컨디션 관리다. 김연경은 일정이 빡빡한 12월을 특히 걱정한다. 그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속내를 전했다. 그래도 나름의 대비를 하고 있다. 플레이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무리한 동작은 과감히 줄였다. 필요할 때만 전력을 쏟아 부상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체력도 아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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