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HARMAN)의 ‘레디(Ready)’ 제품군은 CCU 기반 OTA 업데이트, AI 감성 인식, 증강현실 HUD, Neo QLED 디스플레이, 5G·위성 통신 등 최첨단 기술을 결집했다. 차량 내 연결성과 몰입형 사용자 경험을 혁신적으로 확장한다. 사진제공 |하만

하만(HARMAN)의 ‘레디(Ready)’ 제품군은 CCU 기반 OTA 업데이트, AI 감성 인식, 증강현실 HUD, Neo QLED 디스플레이, 5G·위성 통신 등 최첨단 기술을 결집했다. 차량 내 연결성과 몰입형 사용자 경험을 혁신적으로 확장한다. 사진제공 |하만


자동차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는 말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하지만 기술이 똑똑해지는 것과, 그 기술이 인간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거리가 존재한다. 23일 ‘2025 상하이 오토쇼’에서 마주한 하만(HARMAN)의 부스는 그 간극을 메우려는 시도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단순히 반응하는 기계를 넘어, 감정을 읽고 교감하는 ‘차 안의 두뇌’는 지금도 진화중이다.

삼성전자의 자회사이자 커넥티드카 기술의 선구자인 하만은 이번 모터쇼에서 ‘레디(Ready)’ 브랜드 아래 ‘업그레이드(Upgrade)’, ‘비전(Vision)’, ‘케어(Care)’, ‘인게이지(Engage)’, ‘커넥트(Connect)’ 등 다섯 가지 핵심 기술을 선보였다. 각각의 기술은 자동차가 탑승자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함께 진화하는 미래를 보여준다.

‘레디 업그레이드’는 중앙 컴퓨트 유닛(CCU)이 차량의 심장처럼 작동하며, 소프트웨어가 3개월마다 무선으로 업데이트된다. 스마트폰처럼 자동차를 끊임없이 최신 상태로 유지하는 시대가 열렸다.
‘레디 케어’는 운전자의 시선, 눈 깜빡임, 머리 위치 등을 분석하고 비접촉 센서를 통해 심박수, 호흡수 등 생체 신호를 측정해 운전자의 스트레스나 피로도를 판단하고 맞춤형 개입을 제공한다. 사진제공 |하만

‘레디 케어’는 운전자의 시선, 눈 깜빡임, 머리 위치 등을 분석하고 비접촉 센서를 통해 심박수, 호흡수 등 생체 신호를 측정해 운전자의 스트레스나 피로도를 판단하고 맞춤형 개입을 제공한다. 사진제공 |하만

AI 기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인 ‘레디 케어’ 체험은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다. 탑승한 순간, 시트에 숨겨진 센서가 나의 호흡, 심박, 시선을 조용히 읽어냈다. “지금 집중력이 낮아졌습니다. 휴식 모드를 권장합니다.”라는 정제된 음성 메시지가 대시보드에 떠올랐을 때, 자동차는 더 이상 물리적 기계가 아닌 ‘나를 배려하는 존재’로 느껴졌다.

●경쟁사와의 차이는 ‘공감력’
‘레디 비전’ 공간에서는 증강현실 기반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보는 더 이상 숫자와 텍스트로만 나열되지 않았다. 도로 위에 겹쳐지는 가상의 가이드라인, 주변 차량을 입체적으로 감지해주는 그래픽. 마치 운전석에 앉아, 하나의 몰입형 게임 세계로 진입한 듯한 감각. 하만은 디스플레이를 완전히 재구성하고 있었다.

특히 ‘QVUE’ 기술이 접목된 미니 LED 기반 HUD는, 햇빛이 내리쬐는 강한 조명 아래에서도 선명했다. 5000니트 밝기의 압도적 휘도, 삼성 Neo QLED 기술이 투입된 그 화면은 단순한 기능성을 넘어 예술적 감각까지 보여줬다.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레디 인게이지’ 아바타와의 만남이다. 차 안에 떠오른 디지털 캐릭터는 내 표정과 목소리를 읽어냈다. 감정 상태를 분석하고, 그에 어울리는 대화와 제안을 건넸다. “오늘은 스트레스를 좀 덜어볼까요?” 기계가 아니라, 누군가가 내 하루를 걱정해주는 느낌. 하만은 ‘인간성을 닮은 자동차’를 꿈꾸고 있었다.

‘레디 링크 마켓플레이스’는 차량 내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기능을 구독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아더, 단순한 인포테인먼트 앱스토어를 넘어, 예측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부터 차량 내 게임팩까지 직접 선택해 추가할 수 있다. 제조사에 의해 완성된 ‘제품’이 아니라 탑승자가 ‘완성해 나가는 공간’으로 진화한 셈이다. 하만의 커넥티비티 전략은 ‘레디 커넥트’로 확장된다. 5G 통신은 물론 위성 통신까지 지원하는 이 시스템은, 끊김 없는 연결성을 약속한다.

이처럼 하만은 경쟁사들과 뚜렷이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콘티넨탈, 보쉬, 퀄컴, LG전자 모두 뛰어난 기술을 선보였지만, 여전히 기능 중심이라면 만 하만은 ‘사람’을 중심에 놓았다. 탑승자의 감정과 집중력, 심장 박동까지 읽어내며 기술을 ‘공감’으로 바꿔가고 있다.
상하이(중국) |원성열 기자 sereno@domga.com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