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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고려아연 주총 앞 의결권 위임 경쟁이 격화되면서 위임장 수집 과정의 ‘사칭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달 말 예정된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려아연 현 경영진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일반 주주들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의결권 위임 활동에 나섰다. 그러나 위임장 확보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과정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언론 보도와 일부 소액주주들의 주장에 따르면 영풍과 MBK 측이 선임한 의결권 대행사가 최근 연휴 기간 동안 주주들의 위임장을 적극적으로 수집했다. 이 과정에서 주주 부재 시 통화를 요청하는 안내문에 ‘고려아연’만 명시돼 현 경영진 측 대행사로 오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주들에 따르면 안내문을 보고 연락해 통화를 이어가는 과정에서도 소속을 명확히 밝히지 않다가 여러 차례 질문이 이어진 뒤에야 영풍 측 의결권 수집을 대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한다. 일부 주주는 이러한 상황에서 위임장을 작성했고 주민등록증 사진 등 개인정보를 전달한 사례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 소액주주는 “현관문 앞에 고려아연 이름이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어 회사 측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했다”며 “만나서 소속을 여러 번 물어본 뒤에야 영풍 측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명을 거부하자 배당을 더 높일 수 있도록 요구하겠다는 말을 하며 서명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영풍은 2024년과 2025년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도 유사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의결권 대행사가 배포한 명함에 고려아연과 최대주주 영풍이 함께 표기됐고, 고려아연 사명이 더 크게 적혀 있어 혼동을 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조계와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와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본시장법 제154조는 의결권 권유자가 위임 여부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을 거짓으로 기재하거나 중요한 사항을 누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일부 주주가 상대방을 고려아연으로 인식한 상태에서 위임장과 신분증 정보를 전달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가능성도 거론된다. 개인정보 수집 시 목적과 법적 근거 등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는 규정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논란이 영풍과 MBK가 강조해 온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메시지와도 상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내세운 명분과 다른 방식의 의결권 수집 논란이 제기된 만큼 시장의 시선도 더욱 엄격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