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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이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양사의 거버넌스 수준이 극명한 차이를 나타냈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두 기업의 지배구조 신뢰도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6월 1일 공시된 2025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배구조 핵심지표 15개 항목을 전부 충족하며 준수율 100%를 달성했다. 2025년 보고서 기준 80%였던 준수율을 1년 만에 완벽히 보완하며 상장사 최상위권 수준의 투명성을 입증했다. 반면 영풍은 전년과 동일하게 15개 항목 중 9개만 충족해 준수율 60%에 그쳤다.

고려아연은 과거 미흡했던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 실시와 주주총회 집중일 이외 개최, 현금배당 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등의 지표를 모두 이행했다. 2026년 제52기 정기주주총회 소집공고를 개최 29일 전에 처리했으며 전자투표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동시에 진행해 주주 편의를 높였다.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영문 공시도 함께 강화했다.

시장 친화적인 배당 정책도 도입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결산 및 분기 배당 시 현금배당액을 먼저 확정하고 배당기준일을 나중에 정하는 방식을 도입해 투자자가 배당 규모를 알고 투자하도록 유도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지배구조 개선 방향과 일치한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다양성도 돋보인다. 고려아연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과반을 차지하며 여성 이사 4명과 외국인 이사 2명을 배치했다. 이사회와 위원회, 개별 이사에 대한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2025년부터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등 소수주주 권익 보호에 나섰다. 2025년 사외이사 단독 회의를 네 차례 열었고 2026년에도 이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달리 영풍은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 주주총회 집중일 이외 개최, 현금배당 예측가능성 제공,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집중투표제 채택, 기업가치 훼손 책임자의 임원 선임 방지 정책 등 6개 항목을 보완하지 못했다.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고 과반이 사외이사라는 점은 강조했으나 실제 운영에서는 미흡한 점이 드러났다.

특히 영풍은 2025년 한 해 동안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별도 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의견이 존중되고 독립성이 보장되는 환경이 조성돼 있기 때문에 사외이사만으로 이뤄진 별도 회의를 개최하고 있지 않다”라며 “이사회의 의사 진행은 자유롭게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는 분위기가 정착돼 있다”라고 해명했다.

사외이사 개별 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영풍은 “이사회 구성원 6명 중 사내이사 2명을 제외한 사외이사 4명에 대한 평가로 인해 이사회 내 정치 상황 발생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미 이사회 내 역할 분담과 참석률, 책임성, 전문성에 대해 지속적인 의견 교환과 조정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근거해 주요 사항에 대한 의사 결정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상호 평가 등 외부 평가 방식의 도입에 대해서는 내부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ESG 업계에서는 공식적인 검증 장치 없이 비공식적 의견 교환만으로 사외이사를 평가하는 방식은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외이사 평가를 ‘외부 평가 방식’으로 표현한 부분이나 정치적 우려를 이유로 내세운 해명도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인다.

영풍의 이사회 의사결정 절차 논란은 MBK파트너스와의 경영협력계약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2024년 9월 영풍과 MBK파트너스, 장형진 영풍 고문은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 전 계약을 맺었으나 주주들은 자산 비중이 큰 지분 관련 결정의 적정성을 문제 삼아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사내이사인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된 특수 상황에서 중대 결정이 내려진 배경을 두고 이사회의 견제 기능 부실 논란이 다시 번지는 모양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