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故 이한동 전 국무총리 빈소가 마련된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판검사·6선의원·DJ정부 총리 역임
원내총무 3차례…‘이한동 총무학’ 회자
문 대통령 “통합의 큰 흔적 남기셨다”
한국 정치계의 거목이자 협치의 정치인이었던 이한동 전 국무총리가 별세하자 여야 정치권이 모두 애도하며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원내총무 3차례…‘이한동 총무학’ 회자
문 대통령 “통합의 큰 흔적 남기셨다”
이 전 총리는 8일 오후 12시 30분께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고인은 보수진영의 상징적인 인물이자 대화와 타협을 중시한 협치의 정치인이었다. 1934년 경기 포천군 군내면 명산리에서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경복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사법고시에 합격해 1963년 서울지법 판사로 법조인의 길을 시작했다. 1969년 검찰로 옮겨 검사를 거쳐 서울지검 특수1부장·형사1부장을 지냈다. 판사에서 검사로 전관한 국내 첫 사례였다.
1981년 11대 총선에서 민정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했으며 16대까지 내리 6선을 지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에서 세 차례 원내총무를 맡았으며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펼쳐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이한동 총무학’이란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입법, 행정, 사법 영역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 ‘준비된 대통령’으로 불렸지만 대선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1999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자유민주연합 총재로 활동했으며 2000년부터 2002년까지 김대중 정부의 국무총리를 지냈다. 고인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 총리로 기록됐다.
평생 좌우명이 ‘바다는 어떤 물도 사양하지 않는다’라는 의미의 해불양수(海不讓水)였을 만큼 고인은 통합과 대화의 정치를 강조한 정치인이었다. 2018년 발간된 회고록 ‘정치는 중업(重業)이다’에는 이러한 고인의 정치철학과 민심에 대한 존중이 잘 드러나 있다.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을 빈소에 보내 “우리나라 정치에 통합의 큰 흔적을 남기신 분”이라며 고인을 기리고 유족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이용훈 전 대법원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도 조화를 보내 고인을 애도했다.
빈소는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장례식장 202호실(02-2030-7902)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1일 오전 6시이다. 유족은 부인 조남숙 여사와 아들 이용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딸 지원·정원, 사위 허태수 GS그룹 회장과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사장, 며느리 문지순 동덕여대 영어과 교수 등이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