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미술·음악·원예 등 봉사 프로그램 운영
노을연주회·말기암 환자 결혼기념식 등도 열어
한 미용 봉사자가 부산 온종합병원에서 입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미용 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온종합병원)

한 미용 봉사자가 부산 온종합병원에서 입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미용 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온종합병원)


지난 22일 오후 부산 온종합병원(병원장 김동헌) 13층 20여평의 넓은 휴게공간이 순식간에 산뜻한 미용실로 바뀌었다.

미용사들이 미용기구들을 챙기며 머리 손질을 할 준비를 하는 동안 휠체어를 탄 환자들이 간병사나 보호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속속 임시미용실인 ‘온뷰티살롱’으로 모여들었다.

온종합병원과 온요양병원은 수년전부터 부산진구미용사회의 도움으로 입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미용 봉사를 해오고 있다.

권일, 서보교, 박영숙 실장 등 부산진구미용사회 소속 미용사들은 매주 화~목요일마다 바쁜 미용실 일을 뿌리치고 무료로 환자들의 머리 손질을 해주고 있다.

미용 봉사에 참여하는 미용사들은 부산진구 서면의 유명 미용실에서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베테랑들이다.

이날 석 달 만에 머리 커트를 한다는 김 모 할머니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볼 때마다 머리카락이 길어 얼굴마저 부스스하게 보여 신경 쓰였는데, 유명한 미용사 선생님들이 예쁘게 깎아주니 너무 기쁘고 기분 좋다”며 자원봉사 하는 미용사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부산 온종합병원에는 이처럼 미용봉사뿐만 아니라 다도, 원예,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자원봉사들이 의료진과 더불어 환자 사랑을 앞장서서 실천하고 있다.

매주 화, 수요일엔 부산 평화교회와 수영로교회의 장로나 권사 등 자원봉사자들이 환자들에게 마사지봉사를 해오고 있다.

천연 오일로 섞어 만든 특별 오일과 바디로션으로 까칠하고 각질화된 전신을 부드럽게 마사지해 줘 환자들이 엄청나게 즐거워한다.

교회 봉사자들의 환자 마사지는 지난 2018년부터 했으니 벌써 햇수로 7년째다. 이들은 또 매달 한두 차례 꽃밥을 만들어 환자들에게 특식까지 제공하고 있다.

감전교회에서 주도하는 다도 봉사에는 봉사자들이 철 따라 식용 꽃잎들을 직접 주문해 제조한 꽃차로 환자들을 대접하고 있다. 오디, 귤, 민들레, 수레국화, 찔레, 방풍, 목련, 금어초, 홍화씨, 해당화, 박하, 작두콩, 무말랭이차 등이 인기다.

외부자원봉사자들뿐만 아니라 병원의 의료진이나 직원들도 봉사활동 참여에 적극적이다.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호스피스온화의료병동에 입원 중인 말기 암 환자들에게 생일상을 마련해주거나, 결혼기념일까지 챙겨주고 있어 환자와 가족들도 크게 감동하기도 한다.

지난 12일엔 환자보호자의 요청으로 이 병원 16층 옥상에서 ‘노을음악회’를 처음으로 마련해 참석한 요양병원 환자들이 바이올린이나 플루트 등으로 서툴지만 정성스레 연주하는 의료진에게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부산 온요양병원 옥상 하늘정원에는 환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같은 병실의 할아버지는 거동 불편한 옆 친구의 휠체어를 밀고 옥상으로 왔다.

평소 환자나 간병 보호자들이 자주 찾아 ‘노을맛집’으로도 입소문 난 병원 옥상에서 열린 1회 노을음악회에는 의사이면서 의료법인 대표인 윤선희 이사장이 플루트, 권진영 요양병원 행정실장이 바이올린, 정은경 의료전문방송 ONN닥터TV 아나운서가 전자피아노를 연주했다.

특히 이날 노을연주회에는 온종합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에서 발달장애 치료를 받고 있는 중학생도 자원봉사에 참여해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칠순이 넘은 요양병원 의사인 전기환 의무원장이 직접 성악까지 선보여 참석한 환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김동헌 병원장은 “이 병원을 설립한 안과의사 정근 원장은 국제의료봉사단체인 그린닥터스재단을 설립해 국내외 의료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수많은 사람을 무료진료해온 ‘봉사왕’으로 불린다”며 “병원의 설립 취지에 걸맞게 의료진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환자 사랑을 베푸는 곳이 온종합병원과 온요양병원”이라고 자랑했다.

부산 | 김태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buk@donga.com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