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얼로지]쇠락하던 건물에 새 생명을…주목받는 공간 재활용 명소들

입력 2024-09-24 12: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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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근대의료박물관. 1954년 지어진 옛 자생의원이 거창근대의료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거창근대의료박물관. 1954년 지어진 옛 자생의원이 거창근대의료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지역 인구 감소나 주력 산업의 변화로 인해 역할이 다해 하루하루 낙후되어 가는 건물들이 적지 않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관심과 사랑을 받던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지역의 ‘흉물’ 취급을 받으며 외면당하고 있다. 요즘 이런 소모적인 상황을 타개하고, 낡고 쇠락한 건물에 숨어있는 스토리와 역사적 가치, 그리고 공간에 새로운 매력을 부여해 지속 가능한 여행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런 흐름에 맞춰 매달 추천하는 가볼 만한 곳의 테마로 이번에 ‘공간의 재활용’을 선정했다.

●흥미진진한 한국 근대 의료 역사, 거창근대의료박물관
(경남 거창군 거창읍)고색창연한 아름다움을 지닌 거창근대의료박물관은 원래 1954년에 지은 지역 최초의 근대병원인 자생의원이었다.
2006년 의원이 문을 닫으면서 설립자 고 성수현 원장의 유족들이 시설을 기부했다. 2013년에 문화재청 등록문화재로 지정받고, 2016년에 거창근대의료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거창근대의료박물관에서는 당시 사용했던 외과수술 도구들이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거창근대의료박물관에서는 당시 사용했던 외과수술 도구들이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현재 의료전시관인 병원동에는 당시의 처치실, 수술실, X선실 등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생김새가 낯선 옛 수술기구들과 의료시설들이 눈길을 끈다. 의사가 거주했던 주택동에는 그 시절에 사용했던 다양한 생활용품들을 만날 수 있다.

거창근대의료박물관은 흥미진진한 근대 의료의 역사를 듣는 이야기의 공간이자 역사와 치유를 경험하는 이색적인 문화 체험의 공간이다. 박물관의 앞마당에서는 종종 힐링 콘서트도 열린다.

거창근대의료박물관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거창전통시장이 있다. 매달 1과 6으로 끝나는 날에 전통 오일장이 열린다. 거창창포원은 사계절 내내 다른 테마로 꽃을 즐길 수 있는 친환경 수변생태공원이다. 거창항노화힐링랜드에서는 우두산 협곡의 600m 상공에 깎아지른 절벽을 세 방향으로 연결한 Y자형 빨간색 산악 보도교가 있다.
평창무이예술관. 옛 시골 학교 정취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평창무이예술관. 옛 시골 학교 정취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산골 폐교서 만끽하는 예술적 감흥, 평창무이예술관
(강원 평창군 봉평면 사리평길)1999년 폐교한 무이초등학교를 조각가 오상욱, 서양화가 정연서, 서예가 이천섭 등의 예술가들이 2001년 평창무이예술관(이하 무이예술관)으로 새롭게 꾸몄다.

기존 학교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운동장은 조각공원으로, 교실은 전시실로 꾸몄다. 나무 복도 바닥과 칠판, 풍금 등 무이초등학교 시절 흔적이 곳곳에 남아 옛 시골 학교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무이예술관을 꾸린 작가들의 전시와 다양한 기획 전시를 감상하고 화덕 피자 만들기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학교 옆에 2층 규모의 갤러리 카페도 있다. 예술관 전경을 감상하며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자 봉평 감자피자 맛집으로 유명하다. 무이예술관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며 실내 전시관은 오후 6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수요일은 휴관이나 공휴일, 성수기, 평창효석문화제 기간은 예외다.

무이예술관이 있는 봉평은 작가 이효석의 고향이자 그가 쓴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주 무대로 관련 여행지가 곳곳에 있다. 이효석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소개하는 문학관과 바로 이웃한 효석달빛언덕, 소설에 등장하는 봉평장(봉평전통시장) 등이 있다. ‘2023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된 발왕산 천년주목숲길도 함께 돌아보면 좋다.
5•18민주광장에서 본 전일빌딩245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5•18민주광장에서 본 전일빌딩245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5·18민주화운동의 현장, 광주 전일빌딩245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전일빌딩245는 5·18민주화운동 중 이 건물을 향해 헬기에서 사격한 총탄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장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한 현장 조사에서 모두 245개의 탄흔이 확인되었고, 이는 헬리콥터 등 비행체에서 발사되었을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후 이곳을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전일빙딩245의 종각 지붕 선 위로 총탄 흔적이 보인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전일빙딩245의 종각 지붕 선 위로 총탄 흔적이 보인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지상 10층과 지하 1층 중 광주 콘텐츠 허브로 사용 중인 5~7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에 전시 공간을 조성했다. 가장 중요한 전시 공간은 10층과 9층이다. 외부에서 날아온 탄흔의 원형을 보존하는 장소다. 헬기 사격을 목격한 증언을 참고해 제작한 멀티 어트랙션 영상도 재생 중이다. 모형 헬리콥터 UH-1H 기종과 M60 기관총, 전일빌딩245 주변을 재현한 디오라마 축소 모형, 왜곡의 역사, 진실의 역사 등을 주제로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은 5·18민주화운동을 기록한 방대한 양의 자료를 보관 전시하는 공간이다. 5·18민주광장에 가면 당시를 촬영한 사진과 영상에 등장하는 원형 분수대를 볼 수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와 문화를 주제로 전시와 공연이 이뤄지는 광주의 대표 문화시설이다.
버려진 시골 폐교에 정크 아트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전시공간을 마련한 오대호아트팩토리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버려진 시골 폐교에 정크 아트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전시공간을 마련한 오대호아트팩토리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폐품에 예술의 생명을 담아, 충주 오대호아트팩토리&코치빌더
(충북 충주시 양성면 가곡로(오대호아트팩토리)/충북 충주시 엄정면 구룡로(코치빌더))
충주의 오대호아트팩토리는 쓸모없는 물건을 뜻하는 ‘정크’(junk)를 예술로 승화시킨 정크아트 작품이 자그마한 폐교를 가득 채운 공간이다.

우리나라 정크아트 1세대인 오대호 작가가 철과 플라스틱, 나무 등 버려진 재료에 기계공학적 기술과 상상력을 입혀 작품을 탄생시켰다. 움직이는 요소를 넣은 키네틱아트(kinetic art)도 선보여 작품을 만져보는 것도 가능하다. 아트 바이크를 타고 드넓은 운동장을 마음껏 누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정크아트 1세대 작가로 시골 폐교에 오대호아트팩토리를 조성한 오대호 작가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우리나라 정크아트 1세대 작가로 시골 폐교에 오대호아트팩토리를 조성한 오대호 작가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조선 시대 후기 대표 하천 항우(하천 연안에 발달한 항구)였던 충주 목계나루 근처에는 담배창고였던 공간이 코치빌더라는 카페로 변신했다.
‘코치빌더’(Coach builder)는 고객의 주문에 따라 독창적인 신차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이곳에 전시된 올드카와 클래식카 역시 주인장의 취향을 반영, 개성적으로 복원하기도 했다.

벽면과 천장에는 차 계기반, 변속기, 휠 등 차량의 부품을 세심하게 분해해 실내장식 소품으로 활용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현대자동차 1세대 그랜저와 기아 콩코드 등 지금은 보기 힘든 반가운 모델도 만날 수 있다. 코치빌더는 빵 맛집으로 입소문 나 충주에서 나는 밤과 고구마 등으로 빵을 개발해 선보인다.

인근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은 360도 돔 스크린으로 별자리를 관람하고, 낮엔 태양, 밤엔 달과 행성, 은하 등을 관측할 수 있다. 충주고구려비전시관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유일한 고구려비가 전시되어 있는데, 고구려와 신라의 관계를 알려주는 소중한 자료다.
‘2023~2024 한국 관광 100선’에 든 중앙탑사적공원&탄금호무지개길은 통일신라시대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밤이면 은은한 조명이 켜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부천아트벙커B39의 3층 보존구역은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촬영장으로도 인기가 높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부천아트벙커B39의 3층 보존구역은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촬영장으로도 인기가 높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문화복합공간으로 거듭 난 쓰레기 소각장, 부천아트벙커B39
(경기 부천시 오정구 삼작로)부천아트벙커B39는 부천시 오정구에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원래는 삼정동 소각장이었다.
1995년 문을 연 이 소각장은 1997년 다이옥신 파동을 거치며 꾸준히 환경 파괴 문제가 제기되어 오다가, 2010년에 문을 닫았다. 폐쇄된 소각장은 수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2018년에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과거 삼정동 소각장 시절 배기가스를 내보내던 유인송풍실은 복합문화공간 부천아트벙커39로 다시 태어난 현재 보존구역으로 남아 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과거 삼정동 소각장 시절 배기가스를 내보내던 유인송풍실은 복합문화공간 부천아트벙커39로 다시 태어난 현재 보존구역으로 남아 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과거 소각장 구조를 보존하면서도 멀티미디어홀, 벙커, 에어 갤러리 등 다양한 예술 공간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부천아트벙커B39에서는 융복합 예술을 추구하는 현대 미술품 전시와 친환경을 주제로 한 행사와 공연 등이 열린다.

부천에는 급격한 도시화의 유산을 복원한 사례가 더 있다. 1980년대 복개했던 심곡천을 2017년 생태 복원 사업을 통해 도심 속 녹지 공간으로 다시 꾸몄다. 레노부르크 뮤지엄에서는 초대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001년 개관한 한국만화박물관은 한국 만화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는 곳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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