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긴급 민통선마을 이동시장실.. ‘대남방송 소음호소 봇물’

입력 2024-10-20 07:49:37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밤낮 없는 소음 테러 3주째 지속 “제발 살려달라”
접경지역 위기 초래한 대북전단 살포 강력 대처 요구도
김경일 파주시장이 지난 18일 파주시 장단면 일대 민통선 마을 주민들과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ㅣ고성철 기자

김경일 파주시장이 지난 18일 파주시 장단면 일대 민통선 마을 주민들과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ㅣ고성철 기자

파주시는 지난 18일 장단면 일대 민통선 마을 주민들과 이동시장실을 열어 최근 고조되고 있는 남북 접경지대 안팎의 군사 긴장으로 인해 나날이 심각해지는 주민 피해 실상을 청취하고, 대책을 모색했다.

앞서 11일, 김경일 파주시장은 9월 말부터 본격화된 북한의 대남확성기 방송으로 인해 막대한 소음 피해를 입고 있는 대성동 마을을 방문키로 했으나, 허가가 나오지 않아 방문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이에 파주시는 임진각 내 민방위대피소에서 열린 이동시장실 현장에는 비무장지대 내 최일선에 소재한 조산리 대성동 마을과 백연리 통일촌, 동파리 해마루촌 등 민통선마을 주민 3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 들어 파주 접경지역 일대는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맞선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우리 군의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에 이어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로 이어지며 긴장의 수위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이다. 

이날 이동시장실에서는 특히 최근 극심해진 북한의 소음방송으로 인한 고통을 토로하는 호소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9월 28일부터 현재까지 20일 넘게 지속되고 있는 대남확성기방송에 70대 중반의 한 여성은 “북한의 소음공격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면서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소음에 옆 사람과 대화도 나눌 수 없고 밤잠도 이룰 수 없다. 수면제, 진정제를 먹어봐도 소용이 없고, 귀마개를 했더니 귀가 짓물러 염증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누구라도 이곳에 와서 하룻밤만 지내보라”면서 “너무 고통스럽고 아프다. 제발 살려달라”며 눈물로 호소하는 이도 있었다. 

또 다른 한 주민은 “대성동 마을로 시집와 5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아오면서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지만, 올해만큼 힘들었던 적이 없다”라면서, “문제는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고통”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의 원인을 제공한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해결방안 중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일 파주시장이 지난 18일 파주시 장단면 일대 민통선 마을 주민들과 기자회견전에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제공ㅣ파주시

김경일 파주시장이 지난 18일 파주시 장단면 일대 민통선 마을 주민들과 기자회견전에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제공ㅣ파주시

통일촌 이완배 이장은 “탈북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해서라는데, 민통선 민통선 주민들에게는 인권이 없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북한에서는 대북전단이 날아오면 원점 타격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데, 전쟁이라도 나기를 바라나”라면서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에 일침을 놓았다.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파주 접경지역 주민 피해와 관련해서는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중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경일 시장은 지난 14일 경기도를 상대로 한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 자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대남확성기 소음 피해 실상을 알리고, 현 위기를 촉발시킨 대북전단 살포행위에 대한 강력한 차단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16일에는 경기도가 파주, 연천, 김포 등 3개 시군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함에 따라 앞으로는 대북전단 살포행위자들의 출입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명령 불응할 때에는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강제 퇴거는 물론 형사처벌도 가능해졌다. 

김 시장은 “지금 파주시민들의 불안과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생명과 안전이 모두 위협받는 엄중한 상황”이며 “위험구역 설정에 따라 확보하게 된 지자체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대북전단 살포행위 적발과 단속에 적극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파주ㅣ고성철 스포츠동아 기자 localk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고성철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