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현보 대구경북취재본부 기자

심현보 대구경북취재본부 기자



사상 첫 경선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던 국민의힘 대구시당 위원장 선출이 결국 합의 추대 방식으로 이인선 의원을 추대하면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위원장 선출 과정은 지역 정치를 얼마나 후퇴시켰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저급한 나눠먹기 발언, 과거를 들추며 이어진 초라한 비방전 등 이번 사태가 남긴 상처는 깊다.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갈등의 중심에 ‘시민’은 없었다는 사실이다. 대구는 국민의힘의 철옹성이라 불리지만, 그 안은 이미 오래전부터 곪아 있었다. 12명의 국회의원 중 누구 하나 쇠퇴하는 지역 현실을 책임 있게 마주하지 않았고, 정작 자리다툼과 사익 추구에는 누구보다 앞장섰다. 이번 시당위원장 선출은 정당 조직이 민의 반영의 도구가 아닌, 사조직 권력 유지의 장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홍준표 대구시장 또한 자유롭지 않다. 시장직을 시민의 위임이라기보다 정치적 계산의 수단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선을 위해 도시를 등지고, 그 빈자리를 정치적 이해관계로 채운 것은 직무 유기라는 의견이 많다. “우리 집 개도 국민의힘 공천을 받으면 당선된다”는 말은 이제 조롱이 아닌 대구 정치의 자화상이 되어버렸다.

이제 국민의힘은 결단해야 한다. 대구시당은 더 이상 특정 인물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민의 삶과 직결된 지역 정치를 책임지는 조직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하다. 지역 경제는 쇠락하고, 청년은 떠나며, 산업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그 가운데 지역 국회의원들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언제나처럼 ‘보수의 심장’이라는 명분 아래 무사안일한 정치 퍼포먼스만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내부 갈등이 아니다. 정치가 얼마나 타락했고, 민심과 멀어졌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국민의힘은 지역 정치를 우롱한 데 대해 시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 정당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경고를, 탄핵과 총선의 쓰라린 기억을 통해 이미 충분히 배웠을 터다. 이제는 그 교훈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구는 더 이상 국민의힘의 정치 실험장이 아니다. 침묵하고 있는 12명의 국회의원 모두에게 묻는다. 지금까지 대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할 의지는 있는가? 대구 시민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지역 정치를 사유화하고 쇠퇴로 이끈 책임을 묻고, 그에 응당한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자신을 성찰하고, 줄서기 정치와 당파 싸움을 끝내야 한다. 대구시당이 시민 속으로 들어오지 않는 한, ‘보수의 심장’이라는 이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대구 ㅣ심현보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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