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어린이식품안전보호구역 점검 절반 이상 누락…행정 신뢰성 위기

“유통기한 지나도 OK?” 학교 앞 불량식품 16번 걸려도 ‘봐주기’
무인 점포는 위생 무법지대… 곰팡이 펴도 점검 ‘패싱’
현장 안 가고 날짜만 바꿔치기… 세금 도둑맞은 ‘가짜 보고서’

(사진출처=생성 이미지)

부산 강서구(구청장 김형찬)의 어린이식품안전보호구역 관리가 전반적으로 부실하게 이뤄져 온 데다 어린이 기호식품 조리·판매업소 관리마저 제대로 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점검 대상 업소의 절반 이상이 누락되고 전담 관리원의 허위 보고까지 방치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행정 신뢰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부산시 감사위원회 결과에 따르면 강서구는 관내 학교 주변 13개 구역을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으로 지정했으나 실제 영업 중인 138개 업소 중 72개소를 점검 대상에서 누락했다. 특히 관리 사각지대인 무인 판매점 19곳도 점검하지 않아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이 아이들에게 노출될 위험을 키웠다.

시 감사위는 최근 감사 결과를 통해 식품위생 점검 누락, 전담관리원 허위 점검표 제출, 사후 조치 미흡, 학원가 보호구역 관리 부실 등을 지적하며 시정·주의·권고 조치를 내렸다.

강서구는 2024년 합계출산율이 0.97명으로 부산 16개 구·군 중 가장 높고 인구 유입이 이어지자 관내 초·중·고 주변 13개 구역을 어린이식품안전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어린이 기호식품 조리·판매업소 66곳을 관리해 왔다. 그러나 이번 감사에서 총 138개 업소 가운데 72곳이 점검 누락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24시간 운영되는 무인판매점은 유통기한 경과 식품이 진열될 수 있어 위생 취약 위험이 큰데도 미점검 업소가 19곳에 달해 안전 사각지대가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어린이 기호식품 점검의 핵심 역할을 맡는 전담관리원 관리도 허술했다. 강서구는 2021년 2월~2025년 4월 전담관리원 6명에게 총 402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며 3979개 점검을 시행했다고 보고했으나 점검표 허위 작성과 복사 제출 정황이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전담관리원은 특정 편의점과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에 대해 기존 점검표의 날짜만 바꿔 제출했으며, 점검 항목 누락·대표자·종사자 기재 누락·점검자 서명 미기재 등도 잦았다. 이에 따라 실제 현장 점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식품위생법 위반 의심 업소에 대한 후속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유통기한 경과 제품 진열 등이 10차례 이상 반복 지적된 업소들이 있었지만 담당 공무원의 재점검·행정처분 내역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감사위원회는 “식품안전 관리 실효성이 떨어지고, 학생 건강 보호 목적이 달성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원가 보호구역 관리 역시 부실했다. 강서구는 2018년 8월 2일 A학원가를 어린이식품안전보호구역 시범구역으로 지정했으나 2025년 감사일 현재까지 보호구역 표지판을 설치하지 않았다. 또한 시범구역 내 조리·판매업소는 28곳인데 매월 7곳만 점검해 21곳을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위원회는 김형찬 강서구청장에게 ▲점검 누락 업소 선제 파악 및 정기 점검 ▲허위 점검표 작성 전담관리원 지정 취소 ▲관련자 주의 조치 ▲학원가 보호구역 표지판 설치와 업소 점검 누락 방지 등을 요구했다.

한편 감사결과는 2025년 9월 25일 감사위원회 의결, 이후 재심의 기간(1개월)을 거쳐 2025년 10월 27일 최종 확정됐다. 스포츠동아는 해당 감사 문서를 바탕으로 강서구의 무너진 행정에 대해 전면적으로 추적 취재해 보도할 예정이다.

부산 | 김태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buk@donga.com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