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원 2원화 수용해도 항소심은 부산 단일 전담 요구
청사 신축보다 기존 법원 활용한 조기 설치 촉구
정책 이행 여부가 ‘해양수도 부산’ 진정성 시험대
(사진출처=박형준 부산시장 피이스북 캡처)

(사진출처=박형준 부산시장 피이스북 캡처)


해양수산부 이전과 더불어 해사법원의 부산 설치는 부산 시민이 오랫동안 염원해 온 과제였다. 그러나 최근 여야가 해사법원 본원을 부산과 인천 두 곳에 두는 방안을 확정하면서 15년 넘게 유치 운동을 이어 온 부산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유치 운동을 가장 먼저 시작한 도시가 부산이고, 해사법원 설치의 필요성도 부산이 가장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부산이 정치적 타협의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는 지역 여론도 나온다.

그럼에도 부산 시민사회는 대승적 수용 기조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항소심 기능만큼은 부산 전담 구조로 확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현재의 수도권 집중 현실에서 항소 재판부까지 분산될 경우 “부산의 해사법원은 이름만 있고 실제 역할은 미미한 ‘껍데기 법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배경이다.

실제 현황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국내 30대 대기업의 90% 이상, 500대 기업의 77%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 해운·조선·보험·금융 관련 대형 법무법인 또한 대부분 서울에 몰려 있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 “벼랑 수준의 격차”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항소심을 부산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그나마 해사 사법 체계의 균형을 맞추는 현실적 해법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박형준 부산시장은 9일 자신의 SNS(페이스북)를 통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박 시장은 “해사법원을 가장 먼저 주장한 곳도 부산이고 가장 필요한 곳도 부산인데 왜 부산이 표 계산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부산 시민은 대승적 차원에서 분할 결정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언급하며, “다만 항소심은 반드시 부산 전담 체제로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또 설치 시기 지연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청사를 짓고 몇 년 후에나 법원을 출범시키겠다는 것은 한가한 발상”이라며 “기존 법원 공간을 활용해 하루라도 빨리 해사법원을 열어야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학계와 경제계에서도 같은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부·울·경 지역은 세계 수준의 항만 물류 기반, 조선·해운 산업, 해양 관련 공공기관·대학·연구기관이 집적된 국내 유일의 해양 특화 도시권”이라며 “해사법원은 기능의 중심이 서울이 아니라 산업의 중심인 부산에 맞춰져야 한다”는 전략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역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제시하는 향후 과제도 분명하다.

해사법원 본원 분할 자체는 부산·인천 2원화로 수용하되 항소심 기능만큼은 부산 단일 전담 체제로 확립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또한 청사 신축을 이유로 개원이 수년 뒤로 미뤄지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법원 건물을 활용한 조기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다. 나아가 해사법원 설치 과정에서의 행정·입법 추진 속도 역시 정부가 약속한 ‘해양수도 부산’ 공약의 진정성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지역시민사회도 정부·여당을 향해 “항소심을 부산으로 일원화한 해사법원 설치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 그래야만 부산이 수십 년간 요구해 온 해사 사법 체계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며, 공약 이행의 진정성 역시 증명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 김태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buk@donga.com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