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호 감독 “‘슬의생2’ 흥행 내적 친밀감 덕, 신기한 경험” (종합) [DA:인터뷰]

입력 2021-10-16 2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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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14.08%(최종회, 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전국가구 기준). OTT(Over The Top,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일컫는 말) 콘텐츠 홍수 속 케이블 드라마 성적으로는 소위 ‘대박’이다. 시즌1 이어 시즌2에서도 대박이 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연출 신원호, 극본 이우정) 이야기다.

“보는 사람마다 각기 느끼는 부분이 달라요. 예를 들어 누군가는 다섯 동기(제작진 표현법상 ‘99즈’) 호흡을 좋아하는 분도 있고, 음악이나 밴드에 집중하는 분도 있어요. 환자와 보호자 이야기에 공감하고 좋아하는 분도 계세요. 또 누군가는 러브라인이나 극 속 캐릭터 앙상블에 호감을 가지세요. 보는 사람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다른 매력을 찾아 좋아해 주셨어요. 너무 감사해요. 이 중에서 인기 요인을 굳이 꼽자면, 다섯 배우가 만들어낸 캐릭터 케미스트리(동화), 그리고 그들과 함께한 율제병원 속 사람들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이런 점에서 작품에 높은 점수를 주신 것 같아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를 연출한 신원호 감독은 작품 인기를 ‘캐릭터 앙상블’에 돌렸다. 특히 캐릭터에 동화된 배우들이 시즌을 거듭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내적 친밀감’이 생겼을 것이라고. “시즌2로 국한해 인기 요인을 꼽자면, 단연 내적 친밀감이 커요. 시즌1에서 시즌2로 넘어오면서 생긴 2년여 간의 시간은 작품 자체, 배우들, 캐릭터들에 대한 친밀감으로 이어졌어요. 익숙한, 익히 아는 것에 대한 거부감, 거리감이 사라지고 좁혀지면서 시즌2에서도 큰 사랑을 받지 않았을까 해요. 시청자들 성원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해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인기에는 단연 ‘99즈’로 불리는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 연기 호흡이 꼽힌다. 전혀 어우러질 것 같지 않던 개성 강한 다섯 배우가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도 오랜 시간 함께한 듯 자연스럽게 녹아든 연기는 분명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시청하는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다.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촬영 첫날도 그랬고, 다섯 배우가 모두 모인 장면을 처음 찍던 날도 그랬고, 시즌1 이후 10개월에 가까운 공백을 가졌음에도 거짓말처럼 어제 찍다가 다시 만난 사람들 같았어요. 사실 첫 촬영이라 하면 으레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어요. 서로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요. 그런데 이번에는 이런 부분이 생략된 채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진행됐어요. 너무 신기했어요. 배우들이며, 스태프들도 현장에서 이 부분을 많이 이야기했어요. 2년여 시간이 배우들과 제작진 간의 내적 친밀도를 높인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더욱 시즌2가 촘촘한 호흡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모든 과정이 신기했고, 그 경험을 준 다섯 배우에게 감사해요.”

신원호 감독은 ‘99즈’ 외에도 작품에 출연한 모든 배우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사실 ‘99즈’보다 촬영 횟수로 보면 훨씬 적은데도 어제 만나 호흡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해줬어요. 굳이 시즌2에서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다들 한층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점이죠. 다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너무 멋지고, 성숙해져서 나타나 제작진과 스태프들은 촬영 때마다 감탄했어요. 사랑받는다는 것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다시 한번 느끼던 순간들이었어요. 특별 출연자들에게도 모두 감사함을 전해요. 사실 시국(코로나19 사태)이 시국이잖아요. 늘 빚지는 기분으로 연락하고 술 100번 사겠다고 말하는데, 시국이 이래서 아직 자리를 마련하지 못했어요. 언제고 꼭 연락하고 한분 한분 찾아뵙고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여느 드라마와 달리 주 1회 방송으로 시청자 공략에 나섰다. 모험이자 도전은 해볼만한 가치로 평가받는다.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다.



“이제 주 2회 드라마는 다시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주일에 2개씩 했던 전작들을 어떻게 해냈을까 싶어요. 지금도 상상도 안 돼요. 저뿐만 아니라 스태프, 배우 모두 피부로 공히 체감하는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현장 피로함이 줄어드니 그 여유가 다시 현장 속 효율로 돌아오더라고요. 그 점에서 주 1회 드라마가 가진 최고의 강점이 아닐까 싶어요. 매회 그 어려운 밴드곡을 위해 배우들에게 그렇게 여유 있는 연습 시간을 줄 수 있었던 것도 주 1회 방송 장점이 아닐까 해요. 시즌제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시즌제 최대 강점은 역시 내적 친밀감이에요. 모든 드라마가 그렇지만, 제작진에게 가장 큰 숙제는 첫 회입니다. 첫 회에서 드라마 방향성과 캐릭터 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소개해야 해요. 그게 큰 고민이자 숙제죠. 시즌제에서는 시즌1을 제외하면 다음에는 앞선 고민이 생략돼요. 바로 이야기를 시작해도 시청자들이 쉽게 받아들여요. 새 시즌을 기획할 때도 쉽게 그림이 그려지기에 강점이죠. 제작 단계에서도 상대적으로 편해요. 캐스팅이며 장소 섭외, 세트와 소품, 의상 등 모든 면에서 새롭게 준비할 필요가 없죠. 준비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요. 그리고 중간에 ‘하드 털이’도 할 수 있고요. 여러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고 영리한 형식이라고 확신해요.”


예능 PD 출신답게 신원호 감독은 효율을 강조한다. 제작비 등 여러 측면에서 연출자가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많다. 때문에 버리기 아까운 영상까지 ‘하드 털이’ 콘텐츠로 활용하는 측면은 예능 PD 출신만이 할 수 있는 영리한 콘텐츠 수익 창출이다.

“시즌제 드라마를 만들면서 가장 신선한 부분이 시즌1 마지막 회와 시즌2 첫 회예요. ‘이렇게 끝내도 되나?’, ‘이렇게 시작해도 되나?’ 싶은 느낌이 들어 연출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다만,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마치 12회를 끝나고 13회를 1년간 기다려야 하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것인 ‘하드 털이’를 시작한 첫 번째 이유입니다. 보통 드라마에서 보여줄 수 없는 장면을 블루레이나 DVD 형식으로 한정해서 일부에게만 공개하던 것을 많은 시청자가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요. 5~10분 사이로 짤막하게 하고 싶었는데, 할수록 분량이 늘어나고 꼼꼼하게 체크하게 되더라고요. 예능 못지않게 힘들었어요. 드라마 준비도 해야 하고 거기에 매주 콘텐츠를 업로드하기 위해 편집 작업을 해야 하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었어요. 체력적으로 힘들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재미있었어요. 10년 만에 예능을 하는 셈이니까요. 10년 만에 자막을 뽑을 수 있을까 했는데, 예능 세포가 다시 살아 움직임을 느꼈어요. 힘든데 되게 재미있었어요. 드라마 연출할 때보다 즐거운 측면이 있었어요. 수년간 쌓이던 많은 편견이 스스로 깨지는 순간이 많았어요.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는 단순히 보는 즐거움을 넘어 연출하는 신원호 감독에게 새로운 것을 도전할 기회를 열어준 작품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이어 ‘슬기로운’ 시리즈까지 성공시키며 스타 감독으로 주목받는 신원호 감독. 그가 앞으로 보여줄 작품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도전이 담길까.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주로 연출하던 신원호 감독이 플랫폼 범주에서 벗어나 장르 범주에서 확장성을 보여줄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신원호 감독 차기작은 이미 미공개 상태에서도 기대작인 동시에 문제작이 될 전망이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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