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 이영표·이동국 부회장 사퇴 …“사면 못 막은 책임”

입력 2023-04-04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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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이동국. 소셜미디어 캡처.

대한축구협회 이영표·이동국 부회장과 조원희 사회공헌위원장이 사퇴했다.

승부조작 연루 등의 사유로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을 축구협회가 사면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직을 물러나는 방식으로 책임을 지는 모양새다.

이영표는 3일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지난주 축구협회의 징계 사면 관련 이사회 통과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부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좋은 행정은 충분한 반대 의견과 다수의 목소리를 통해서 만들어진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축구협회의 일원으로서 축구 팬들의 모든 질책을 무거운 마음으로 통감한다”라면서 “부회장으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다. 있어야 할 곳에서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을 다시 한번 사과 드린다”라며 팬들의 용서를 구했다.

축구협회는 지난달 28일 한국과 우루과이의 축구 대표팀 평가전을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어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사면하기로 결정했다. 사면 대상에는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제명된 선수 50명 중 축구협회가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한 2명을 제외한 48명도 포함했다.

하지만 승부조작 사건의 당사자들을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유로 충분한 논의 과정도 없이 갑작스럽게 사면한 데 대해 축구계 안팎에선 거센 역풍이 일었다. 축구 대표팀 서포터스인 붉은 악마를 필두로 K리그 각 팀 서포터스에서 앞다퉈 반대 성명이 쏟아지고, 축구회관 앞에서 축구 팬의 '1인 시위'가 이어졌다.

이에 축구협회는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다시 열어 사면을 철회하는 촌극을 빚었다.

이동국 부회장도 사퇴에 동참했다.

이 부회장 역시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축구를 사랑하시는 팬 분들, 동료 선후배들, 그리고 관계자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 2월 축구협회의 제의로 부회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업무를 배우고 파악하는 시기였고, 내부적으로 상당 부분 진행된 안건이었지만 경기인 출신의 경험을 자신 있게 말씀드려 막지 못한 못한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이어 "선수로서 받은 많은 사랑을 행정으로 보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협회에 들어왔지만, 부회장으로서 제 임무를 해내기에 부족함이 많았다. 책임을 통감하며 해당 직을 내려놓으려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축구협회 사회공헌위원장을 맡아온 조원희 역시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사퇴를 알렸다.

그는 “당시 이사회에 있었던 사람 중 한 명으로 축구를 사랑하시는 팬분들에게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리다”며 “축구를 통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보고자 했으나 현재 제 역량이 부족함을 절실히 느껴 대한축구협회의 사회공헌위원장 자리를 물러나고자 한다”고 전했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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