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방송된 ‘오피스 빌런’에서는 ‘거짓말 빌런’과 ‘내기 빌런’이 등장해 ‘빌런 감별단’을 충격에 빠트렸다. ‘거짓말 빌런’은 없는 형제를 필요에 따라 만드는 것은 물론, 자신이 걸그룹 블랙핑크 제니와는 동창, 말만 하면 다 알법한 재벌 2세와는 연애 중이라고 자랑하며 거짓말을 일삼았다. 하지만 그의 거짓말은 사생활에서 그치지 않고 업무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는 자격증 허위 기재는 물론 거짓 경력으로 일을 빼앗아 가는 데 이어, 남의 아이디어까지 훔쳐가는 만행을 벌였다.
아이디어를 도둑질하는 ‘거짓말 빌런’의 사연에 이진호는 개그맨 지망생 당시 아이디어를 빼앗아 간 형을 떠올리며 공감했다. 14년 차 김 노무사는 “역대 사연 중 가장 심각하다”라며 “경력 위조는 심각한 범죄다. 심지어 자격증 취득도 거짓이니 사문서위조까지 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엔 조직 내부를 떠나 나아가 고객사, 협력사에까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에 인사팀에서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진승은 “이런 걸 병적 거짓말, ‘공상허언증’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 정도인데, 이런 사람들은 습관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상처럼 거짓말을 한다. 우울증, 자존감 저하, 인격장애 등의 증상으로 거짓말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도 때도 없이 ‘만원 빵?’을 외치며 내기에 중독된 ‘내기 빌런’이 등장했다. ‘내기 빌런’은 커피를 시작으로 업무, 야근까지 온갖 것들을 걸고 내기를 즐겼다. 심지어 입사한 지 한 달 된 신입사원의 퇴사를 걸고도 내기를 해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풍자는 “내기를 빙자한 도박의 희열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같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오진승은 “요즘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이 유행인데, 도파민은 일하면서 동기부여도 되지만 도파민에 계속 중독이 되면 더 센 자극을 받아야만 쾌감을 느낀다”라며 ‘내기’라는 자극에 빠진 ‘빌런’을 지적했다.
튀르키예 출신이자 13년차 기자 및 방송인 알파고 국장은 “저 ‘내기 빌런’은 내기 과정에서 느끼는 쾌감이 목표다. 그 쾌감을 안 주면 목표가 상실되는 것이다. 그가 내기 제안을 했을 때 ‘내기에 나쁜 트라우마가 있다. 진 걸로 하겠다’라며 흥미를 떨어뜨리면 내기에서 빠질 수 있다”라며 뜻밖의 해결책을 제안했다. 김 노무사는 “내기 골프 같은 사행성 행위는 회사 자체에서 금지다. 지속적인 내기는 감사팀에 제보하는 것도 방법이다. 심하면 수사 의뢰도 가능하다”라며 조언을 더했다. 2표 차이로 ‘거짓말 빌런’이 불명예의 전당에 등극했다.
한편, '이 사람, 빌런일까? 아닐까?'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려주는 ‘빌런 감별소’에는 회식을 거부하고, 회식이 업무의 연장이라면 ‘야근 수당’을 달라는 신입사원에 대한 사연이 도착했다. 회식을 잡는 것도 신입의 눈치를 봐야 하고 회식 자리에서도 집에 가겠다는 신입 때문에 제보자는 속앓이를 했다. ‘회식계의 전문가’ 신동엽은 “신입이 억지로 참석해봐야 분위기만 나빠진다. 회식을 원하는 사람끼리 가면 된다”라며 ‘회식러버’다운 생각을 밝혔다. ‘빌런 감별단’은 ‘빌런이 아니다’를 선택했고, 풍자는 “빌런은 아니지만 잘한 것도 없다. 눈치도 없고 융통성도 없다. 성숙한 거절법을 배우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영어를 남발하고 모르는 후배에게 핀잔을 주는 상사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빌런 감별단’ 중 호텔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박 매니저는 “호텔에서 일할 때 영어가 낯설어서 다시 여쭤보면 ‘학교에서 뭘 배우고 왔냐’라는 소리를 들었다. 어려운 표현도 아닌데 굳이 영어를 사용하는 건 부하 직원을 위축되게 만든다. 정작 외국인 투숙객 응대는 하지 않더라”라며 ‘빌런’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빌런 감별단’은 업무 특성상 피치 못할 영어 사용은 당연하다는데 입을 모으며 ‘빌런이 아니다’로 판정했다.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될 수 있는 오피스 속 ‘빌런’들을 탈탈 털며 공감을 선사한 K-직장문화 개선 프로젝트 ‘오피스 빌런’은 매주 월요일 밤 10시 45분에 채널S와 MBN에서 방송된다.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