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기획 강영선/연출 김명엽)는 김복준, 뮤지, 이지혜, 임형준이 출연한 ‘달인 스타그램’ 특집으로 꾸며졌다. 어딘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색 게스트 조합이지만, 그래서인지 더 아이러니한 웃음을 선사했다.
32년 차 베테랑 형사 출신 김복준은 구독자 55만 명(녹화 일 기준)을 보유한 너튜브를 운영하며 달라진 인기를 자랑했다. 그는 녹화 시작부터 경찰 출신 예능인으로 활약 중인 표창원, 권일용과 선을 그었는데, 최근 낸 책의 인세를 범죄 피해자 협회에 기부한다는 이야기에 김구라는 “권일용과 거리가 멀다”면서 김복준의 다름을 인정하기도 했다.
형사 생활 32년 동안 잡아들인 범인만 3,200여 명인 김복준은 잊지 못하는 초보 형사 시절의 사건 현장부터 시체 냄새보다 더 지독했던 돈 썩은 냄새에 대한 기억, 연기력으로 범인을 검거했던 일화, 국문과 출신 문장력으로 쓴 조서로 검사에게 감동을 준 일화 등 범죄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한 형사 활약 스토리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런가 하면, 대쪽 같은 성격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일화, 범죄자에게 외동딸이 협박을 받거나 청부 살해 위협을 받은 일화 등 형사 시절 에피소드를 끊임없이 쏟아냈다.
김복준은 일할 때 MBTI 중 감성적인 극F 모먼트가 나온 적이 많다면서 고독사 사건 현장을 떠올리며 마음 아파했다. 그는 “그 얘기를 하고 싶다. 전화 한두 번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게 자식과 부모 아닌가?”라고 쓴소리를 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구라는 “직장 상사라면 그러겠냐고”라고 크게 공감했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뮤지는 구독자 22만 명을 보유한 너튜브 채널 ‘유브이 방-UV BANG’을 운영하며 ‘페이크 다큐’의 달인으로 떠오른 근황을 공개했다. 그는 김구라의 의심 때문에 ‘라스’ 안방마님이었던 안영미와의 친분을 해명(?)하기도 했다. 이 밖에 유세윤에게 개인 레슨을 받고 SNS 개설 3~4개월 만에 11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게 된 비결, ‘사기캐’ 릴스의 대박 맛을 본 후 곡을 보는 기준이 달라진 변화도 밝혔다.
뮤지는 ‘UV와 콜라보하면 흥한다는 얘기가 있다’라는 가요계에 떠도는 소문을 언급하다 임영웅에게 오히려 콜라보 덕을 본 에피소드를 꺼냈다. 그런가 하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나올 때 낸 윤도현과의 콜라보가 두고두고 아쉽다면서 윤도현에게 사과했다. 그는 UV가 ‘이태원 프리덤’으로 잘 됐을 때 광고가 많이 들어왔는데, 유세윤이 거절하는 바람에 10억 원 추정 광고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며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유세윤은 “예술병 걸렸을 때라..”라고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지금은 무엇이든 절충이 가능하다고 어필해 웃음을 안겼다.
구독자 80만 명 이상을 보유한 너튜브 채널 ‘밉지않은 관종언니’를 운영 중인 ‘방송의 달인’ 이지혜는 함께 출연한 ‘절친’ 임형준을 챙기면서 자기 채널을 동시에 어필하는 ‘관종력(?)’으로 이목을 끌었다. 그는 이날 외모부터 자신의 예능계 위치까지 모든 게 자기 객관화가 된 입담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엄마 예능인으로서 견제되는 ‘예능 깔깔이(?)’로 이현이를 선정하면서는 그가 자연미인인 점을 강조하며 자신과 냉철하게 비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지혜의 자기 객관화는 아이들에게도 적용됐다. 신현준 아이들의 외모와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이지혜의 발언에 김구라는 “외모와 아버지 외도 얘기 좀 그만해”라고 지적하기도. 이지혜는 김구라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아 폭소를 안겼다. 그는 딸 태리가 유재석 딸 나은이와 영어 유치원 절친이라는 사실을 비롯해 나경은과 절친이 된 근황, 유재석으로부터 추석 선물을 받은 근황 등을 공개하며 ‘유라인’에 집착하기도 했다.
강민경, 장수원과 맞먹는 이지혜의 발연기는 모두의 배꼽을 빼놓았다. 이지혜는 자신이 ‘마동석 라인(?)’이라고 확대 해석하는가 하면, “페이크 다큐계 전도연”이라는 댓글도 확대 해석하며 연기 욕망을 드러내 웃음을 안겼다. 그는 너튜브 채널에 출연해 높은 조회수를 올려 준 이혜영, 유리 등 언니들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는데, 김국진은 게스트들의 영상 조회수를 외우는 이지혜를 보며 “사람이 조회수로 보이겠다”라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지난 7월 재혼과 늦둥이 득녀 소식을 뒤늦게 알린 임형준은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난 13살 연하 아내와의 재혼 스토리를 공개했다. 그는 특히 전처와의 사이에서 얻은 자녀와의 만남을 이해해 준 아내의 배려와 아빠의 재혼을 응원해 준 아이를 떠올리다 눈물을 왈칵 쏟아 모두를 숙연케 했다. 임형준의 사정을 잘 아는 이지혜까지 과몰입해 눈물을 쏟자, 김구라는 “둘이 부부인 줄 안다”라고 우려해 웃음을 자아냈다.
임형준은 ‘반백살 파파’가 된 후 외모 관리를 위해 보톡스를 맞은 사실과 아빠와 있을 때만 딸이 대변을 본다며 ‘육아의 달인’으로 인정받은 에피소드 등도 공개했다. 딸을 재우다 잠이 든 임형준의 사진은 감동을 안겼다. 그런가 하면,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대세남’ 손석구의 미담과 그런 손석구에게 큰 실수를 저지를 뻔한 일화, 배연정 딸도 인정한 ‘배연정 닮은꼴’ 일화 등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김구라의 아기 울음소리 성대모사 요청까지 소화하며 ‘만능 유망주’ 활약을 펼쳤다.
이날 방송에서 베테랑 형사 출신 김복준은 아우라에서부터 경외심을 느끼게 했고, 뮤지에게는 UV에 가려진 팔방미인 천재성이, 김구라의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콘텐츠 야망녀’ 이지혜에게는 강철 멘탈이, 25년째 최장 유망주라는 굴욕(?) 아닌 굴욕도 웃음으로 승화하는 임형준에게는 묘한 연륜이 느껴졌다. 여러 매력을 쏟아낸 게스트들에게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큰 관심과 응원을 보냈다.
한편, ‘라디오스타’는 MC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게스트들을 무장해제시켜 진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독보적 토크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