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오른쪽)이 지난달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 도중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이기흥 회장의 ‘3연임 자격’을 승인하면서 4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의 행보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스포츠공정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3연임 도전’을 시사한 이 회장의 내년 1월 차기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 자격을 승인했다. 대한체육회 정관상 회장 등 임원은 4년 임기 후 연임이 가능하나, 3연임 이상 하려면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유감스럽다”는 뜻을 전했으나, 예견된 결과다.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 복무점검단이 부정 채용, 물품 후원 강요, 후원물품 사적 사용, 예산 낭비 등의 혐의로 이 회장을 10일 수사 의뢰하고, 문체부가 11일 직무정지를 처분했음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이 회장이 문체부의 직무정지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낸 가운데 스포츠공정위는 2024파리올림픽 성적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활동 등에 특히 주목했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에 공정성과 자정 능력은 기대할 수 없다. 임원 연임 심의를 별도 기구에 맡기는 등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현재로선 이 회장의 선거 출마를 막을 근거가 희박하다.
이제 시선은 정 회장에게로 향한다.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이 불거진 7월 말부터 실지감사를 진행한 문체부는 5일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 정 회장과 김정배 상근부회장,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등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관여한 임원들에게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다. KFA 공정위원회가 수장을 자체 징계할 가능성도 없다. KFA는 일부 문제점을 인정하고 규정을 손질하면서도 감독 선임 과정에 문제가 없었음을 강변했다. 정 회장은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으나, 축구계에선 4연임 도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정 회장도 4연임에 나서려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문체부로부터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비위 혐의로 징계까지 받은 이 회장의 자격을 인정한 스포츠공정위가 정 회장에게 다른 잣대를 들이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 또한 2022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 등 성과가 있고, 올해 5월부터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KFA 회장 선거일은 내년 1월 8일이다. 규정상 다음 달 2일까지는 후보 등록을 마쳐야 하는데,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에 자격 심의를 요구할 수 있는 시기도 이 무렵이다. 어떤 형태로든 이달 말까지는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