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도 딱딱…서예지, 문제적 연예인 롤모델 될 판 [홍세영의 어쩌다]

입력 2023-11-16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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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좌’ 서예지를 위해서였을까.판결도 딱딱하다. 아니 딱딱 맞아 떨어진다.

16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25부(부장판사 송승우)는 유한건강생활(약칭 유한건생)이 서예지와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 대해 10일 “골드메달리스트가 2억 2500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다만, 서예지와 소속사에 공동으로 청구한 손해배상 및 위약금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예지는 2020년 7월 유한건생과 영양제 모델계약을 체결하고, 8월 모델료를 지급받은 뒤 해당 광고는 그해 8월 26일부터 공개됐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1년 4월 ‘서예지가 연인(김정현)을 가스라이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였다’, ‘방송에서 말한 학력이 진짜가 아니다’ 등의 의혹도 있었다. 각 소속사가 나서 해명 입장을 내놨지만, 석연치 않은 내용은 많았다. 관련 의혹은 여전히 종결되지 않은 채 애매한 상태로 남은 상태다.

그사이 유한건생은 그해 4월 27일 골드메달리스트에 ‘계약 해제 및 모델료 반환 요구’ 공문을 보냈고, 이후 서예지가 등장한 광고도 중단됐다. 이에 유한건생은 서예지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된 것, 그에 대해 소속사가 대응한 것 등이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공동으로 위약금 및 손해배상액 12억 7500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계약위반으로 인한 위약금 및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한건생이 서예지를 모델로 기용하며 지급한 모델료 4억 5000만원 중 절반인 2억 2500만원만 돌려주라고 했다. 유한건생이 보낸 공문으로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판단하고, ‘모델료가 지급된 이후 광고 방영·게재가 취소될 경우 소속사는 모델료의 50%를 현금으로 반환한다’는 계약서 조항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광고모델 계약은 모델의 대중 이미지가 매우 중요하고, 서예지와 같은 대중 연예인은 자신 이미지를 일반 대중에게 제공함으로써 소득을 얻는 직업인 바, 사생활 보호에 관한 권리를 어느 정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사건 의혹은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서예지 이미지를 크게 훼손해 원고는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새 광고를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가스라이팅, 학교폭력 의혹에 대해서는 “모두 계약기간 전의 것”이라며 “‘학교폭력’은 품위를 해치는 행위 예시일 뿐이다. 원고(유한건생) 주장대로라면 계약 체결 과정에서 과거 위반행위를 밝히도록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이는 헌법상 중대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해 허용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소속사가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입장문을 낸 것도 계약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야말로 서예지를 위한 판결이다. 흔히 연예인과 작품, 광고 계약을 맺을 때 ‘품위 유지’ 조항이 포함된다. 이 조항에는 음주운전, 뺑소니, 폭행, 학교폭력, 마약 등 사회적인 물의를 비롯해 개인사로 인해 작품 또는 광고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통상적으로 미해결된 과거 행위가 뒤늦게 불거졌을 때도 포함된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과거 일이라는 이유로 위약금 배상 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다르게 해석될 소지가 있다. 판례라는 것이 그렇다. 유사한 상황에서의 법 해석. 연예인이 작품 또는 광고 계약 이전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받는 판결로 해석된다. 연예인 개인사 또는 일탈로 작품과 광고에 피해를 줬지만, 과거 일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손해배상책임에서는 자유성을 보장받는다. 그저 도덕적 책임이 우선이라는 식이다. 피해자에게만 딱딱한 판결이다.

덕분에 서예지는 배우로서 활동 자율성을 더욱 보장받았다. 의혹과 논란 속에서도 자숙이라는 두 글자는 없었는데, 이번에 위약금 등의 배상책임에서도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서예지를 롤모델 삼아 여러 의혹에 휩싸인 일부 연예인은 이제 변호사들과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손해배상책임에 있어서 제 계좌를 지키기 위해. 딱딱 맞아 떨어지는 물의 빚은 연예인들 복귀는 늘 그렇듯 쉽다. 아니 앞으로도 쉬울 전망이다. 서예지가 이를 증명하고 있으니.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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