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로별’ 김태우 “배우로서의 재능요? 없어요. 하하”

입력 2019-03-25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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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로별’ 김태우 “배우로서의 재능요? 없어요. 하하”

악역도 ‘개그캐’도 제 옷 입은 듯 자연스럽다. 매 작품마다 배역의 크기 관계없이 ‘미친 연기력’으로 시청자와 관객을 사로잡는 24년차 배우 김태우. 그가 말했다. “나는 배우로서의 재능이 없다”고. 이 무슨 망언이란 말인가.

“‘능력이 안 되면 노력이라도 하자’ 예요. 배우로서의 재능은 없지만 20년 넘게 꾸역꾸역, 꾸준히 해왔어요. 아마 대기업에 들어갔다면 임원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전 아마 잘했을 거예요. 잘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저는 하고 싶은 것(연기)을 택했는데 하고 싶은 것을 잘 하고 싶어 하니까 항상 부족해요. 배우로서 가진 능력이 5라면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건 그 이상이니까요. 그래서 매번 긴장하고 고민하고 점검하고 노력해요. 뭐, ‘성실함’도 하나의 재능이라면 ‘재능 있다’로 바꿀게요(웃음).”

성실함의 1인자 김태우는 작품 활동도 근면성실하다. 김태우보다 장르와 캐릭터가 다양한 배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 이번에는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장사꾼 같으면서도 인간적이고 코믹한 면모도 갖춘 겨루 출판사의 대표 김재민을 연기했다. 매력적인 역할이지만 주인공 이나영과 이종석에 비해 비중이 현저히 적은 캐릭터. 김태우는 왜 ‘로맨스는 별책부록’을 선택했을까.

“일단은 ‘굿와이프’를 함께 했던 이정효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요. 밝은 작품에 대한 갈증도 있었어요.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이후 악역을 많이 해왔는데 저는 원래 코미디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영화 ‘워킹걸’도 있었고요. 처음에는 밝은 캐릭터라서 좋았는데 나중에는 그냥 작품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다들 연기도 정말 좋고 사람도 좋고요. 시청자로서도 정말 이 작품을 좋아했어요. 취향저격이었어요.”


분위기메이커들만 모인 현장.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맏형 김태우는 배우들과의 호흡도, 현장 분위기도 최고였다고 전했다. 누가 애드리브를 자유롭게 던져도 주고받는 게 가능할 만큼의 ‘찰떡 호흡’. 김태우는 이정효 감독이 종종 ‘컷’을 외치지 않고 배우들이 애드리브를 계속 이끌어내도록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진심으로 정말 좋았어요. 최고였죠. 애드리브가 정말 많았어요. 막 던지는 건 아니고 물론 상황에 맞게 하죠. 뭘 던져도 애들이 다 받더라고요. 연습한 적도, 이야기한 적도 없는데 도요. 정말 재밌었어요.”

방송 초 화제가 된 코믹 장면에도 다양한 애드리브가 담겼다. 김재민이 차은호(이종석)를 캐스팅하기 위해 나서는 장면으로 김태우의 능청스럽고 코믹한 연기가 인상적인 장면이다. 임원희의 ‘다찌마와리’를 연상케 하는데 김태우는 실제로 임원희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고백했다.

“임원희 형에게 물어보니 ‘포인트는 들숨’이라며 ‘어이쿠’ ‘이런이런~’ 같은 추임새를 알려주더라고요. 여러 가지 중에서 저에게 맞는 것을 몇 개 가져왔어요. 손가락 제스처도 다 만든 거예요. 대본에 없었죠. 방송 후반에 이나영을 찾아가는 신이 있는데 2회 속 저를 다시 찾아보고 따라했어요. 좋아해준 시청자들을 위한 선물이랄까요. 제 것을 그대로 오마주했죠. 하하하.”


기회가 된다면 시트콤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김태우. 그는 “찾아만 주시면 죽을 때가지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다. 코미디든 시트콤이든 어떤 장르의 작품이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며 “진지한 작품을 많이 했는데 나는 코미디도 잘 한다. 괜찮지 않던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을 떠나보낸 김태우는 27일 첫 방송되는 MBC ‘더 뱅커’로 돌아온다. ‘더 뱅커’에서는 스페셜 에이스이자 엘리트 부행장 이해곤을 맡았다. 하반기에는 지난겨울 ‘로맨스는 별책부록’과 동시기 촬영한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로 관객들도 만난다.



“아이돌급 스케줄 아니냐”는 질문에 김태우는 “스케줄이 겹친 2주 정도는 바빴는데 그 외엔 많이 바쁘진 않았다. 영화 현장이 예전부터 정말 많이 나아져서 오히려 시간이 남더라. 작품할 때는 술도 안 마시는데 그 시간에 운동한 덕분에 체력이 더 좋아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로맨스는 별책부록’과 차기작 모두 전혀 다른 캐릭터라며 기대를 당부하기도 했다.

“제 필모그래피를 보시면 알겠지만 원래도 주인공을 우선시하면서 작품을 해오진 않았거든요. 물론 제가 연기할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갈수록 작품과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 들수록 그 의미가 깊어지더라고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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